- tROOFical -
작곡가 flash Won이 한층 더 성숙해져 돌아왔다. 이번 tROOFical은 그의 첫 정규 앨범이다. 여름 느낌이 물씬 풍기는 트로피컬 하우스의 곡들은, 딥하우스의 가미를 통해 보다 풍성하고 진한 감성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간다. 다른 하우스 음악에 비해 비교적 느린 템포로 엇박자를 준 베이스는, 그의 음악을 더욱 깊이감 있게 만든다. 라이트한 타이틀곡을 시작으로 점층적으로 어두워지는 수록곡들의 분위기는, 부각되는 베이스와 함께 다채로운 기분을 맛보게 한다. 그의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게 된다면, 나른하며 몽환적인 여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피쳐링진으로는 가수 Ralph, ku₩aZu가 합류한다. Ralph는 2번째 수록곡 New Wave를 통해 화려한 랩 스킬과 재치 있는 가사로 트랜디하게 곡을 이끈다. ku₩aZu는 3번째 수록곡 On The Roof를 통해 독보적인 톤으로 담백하면서 깊이감 있는 랩을 선사한다.
앨범을 선정하기까지, 그는 반년의 시간을 투자하며 총 11개의 곡들을 완성했다. 그중 타이틀곡으로 발매해도 손색없을 4개의 곡들을 엄선해, 이번 앨범을 꽉 채웠다. 그만큼 타이틀곡과 수록곡들의 우위를 가릴 수 없는, 풍성한 앨범이다. 이번 여름을 시원하게 강타할 tROOFical, 그리고 작곡가 flash Won의 행보를 앞으로도 눈여겨볼만하다.
[Track Review]
1. Pocket Ball
이태원의 루프탑 바에서 야경을 내려다볼 때 들리는 요란한 포켓볼 소리. 상상만으로도 청량하며 이국적인 경험이지 않을까. 타이틀곡 Pocket Ball은 바에서 마주친 이성과의 적절한 긴장감을, 가까워지면서도 때때로 거리를 두는 ‘포켓 빌리아드볼’의 플레이 과정 속에 빗댄 곡이다. 밀고 당기는 과정 속 이성 간의 설렘과 긴장감을 벌스로 표현하며, 공을 깨는 순간 터뜨려지는 무거운 정적을 신나는 드롭이 담아낸다. 다른 수록곡들에 비해 한층 가볍고, 대중적인 탑라인과 코드가 들어있다. 일반 리스너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딥베이스 장르인 만큼, 가장 중독성 있고 캐치한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가져왔다. 트로피컬 하우스와 딥베이스의 소프트한 조합이 무드 있게, 신나는 곡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2. New Wave (Feat. Ralph)
누디스코와 딥베이스, 트로피컬, 힙합. 4가지의 장르가 조화롭게 믹스된 노래이다. 그럼에도 큰 거부감 없이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2번 트랙 New Wave는 꽤나 기묘한 곡이다. 이번 수록곡은 특히 낯선 장르들을 엮어 새로운 신드롬을 일으키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다. 노래를 만드는 과정 속, 아이돌 댄스 팝의 배킹을 다수 참고하였다. 곡에 전체적으로 깔린 엠비언스 벨은 라인을 돋보여줌과 동시에, 무거울 수 있는 곡의 밸런스를 유연하게 조절해 준다. 피처링으로는 Ralph님이 수고해 주셨다. 트렌디한 랩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곡의 분위기를 전환시켜, 탄탄한 송폼을 구축했다.
3. On The Roof (Feat. ku₩aZu)
작품성과 상업성. 둘 사이 균형을 맞추는 일은 늘 고민된다. 3번 트랙, On The Roof는 대중성만을 요구하는 음악판에서, 자신만의 색깔과 방향을 찾아가는 아티스트를 담아낸 곡이다. 첫 번째 드롭에는 목소리의 음고에 자연스러운 변형을 주었고, 두 번째 드롭에는 셋 잇단음표로 곡에 변화를 주었다. 더불어 벌스에는 꿀렁이는 베이스와 여유로운 피아노 선율을 통해, 작품성과 상업성 사이를 고민하는 아티스트의 어지러운 생각을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피처링으로는 ku₩aZu님이 수고해 주셨다. 타이트한 플로우와 저음역대의 톤이 매력적인, 아티스트 ku₩aZu님이 이번 곡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었다. 덕분에 담백하면서도 깊이감 있는 곡을 연출할 수 있었다.
4. Moonlight
한여름 밤의 꿈처럼. 4번 트랙 Moonlight는 모든 파티가 끝나고, 비 오는 지붕 위 미친 듯이 춤을 추는 아티스트의 마지막 모습을 비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마지막 수록곡인 만큼, 열린 결말 속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보컬에선 한 벌스가 전부 가성으로 이루어진, 신선한 시도를 해보았다. 딥베이스와 재즈를 적절히 조합해, 트랜디하면서도 곡의 올드한 느낌을 양면적으로 연출할 수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