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고 덤덤하게,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전하는 싱어송라이터 '이영훈' 정규 2집 [내가 부른 그림 2] 이후 1년, 2016년 현재의 이영훈을 담은 새 노래 [캐치볼]
'이영훈'은 어쩐지 늘 서늘한 고요함이 느껴지는 아티스트이다. 세상에 자신의 존재감을 '굳이'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첫 앨범 [내가 부른 그림] 을 공개한 2012년 즈음부터이지만 사실 '이영훈'은 2006년부터 인디씬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러니까 꽤 오래 전부터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해 오고 있던 음악가이다. 활동한지 무려 6년 만에 첫 앨범, 그리고 그 다음 앨범인 2015년 작품 [내가 부른 그림 2] 까지 또 3년, 이처럼 그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사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자신만의 호흡으로 찬찬히 행보를 이어왔다. 이런 사람이어서일까. '이영훈'의 음악 역시 본인을 꼭 닮아 참으로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흘러간다.
덤덤하고 차분하게 한 음 한음을 짚어가는 섬세한 기타 연주, 조금은 수줍은 듯 유약함이 묻어나는, 하지만 그 어떤 꾸밈도 없는 솔직한 음성으로 독백을 하듯 노래하는 그의 음악이 가지는 정서는 왠지 모르게 응당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 어떤 '지난 날'을 닮아있다. 그의 음악들이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넉넉한 '여백'들의 틈으로 그 지난 날의 기억들이 녹아 들어가 저마다의 추억이 담긴 풍경화로 그려지는 느낌, '이영훈'의 음악만이 가진 서정미다.
첫 앨범 [내가 부른 그림] 이 특유의 섬세한 핑거스타일 기타 연주를 중심으로 한 비교적 단촐한 악기 구성의 어쿠스틱 팝이었다면 두 번째 앨범 [내가 부른 그림 2] 에서는 공동 프로듀서로 발 벗고 나선 동료 아티스트 '선우정아'의 조력 아래 음악적인 외연을 확장했다. 특유의 서정미와 기타를 중심에 둔 본연의 스타일은 고스란히 간직하되 전작에 비해 다양한 악기들이 사운드를 구성하며 편곡적인 스케일이 한층 풍성해졌다.
이 앨범을 통해 '어쿠스틱'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미처 다 드러나지 못했던 '이영훈' 음악의 매력 한 가지가 한층 선명하게 드러났다. 얼핏 그저 '포크'로만 치부될 수도 있는 그의 음악이 사실 사뭇 매력적인, 그리고 호소력 짙은 '팝' 음악의 멜로디를 지니고 있다는 것. 이 앨범 이후 그의 공식적인 공연들 대부분에서 이전과는 달리 풀밴드로 편성된 무대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어쩌면 '이영훈'은 본인의 음악이 좀 더 매력적으로 드러나고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방법에 대한 어떤 방향성을 발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부른 그림 2] 이후 1년, 그의 새 노래 "캐치볼"은 이런 '현재의' '이영훈'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곡이다. '조성준'(드럼), '송근호'(베이스), '조성태'(피아노) 등 현재 자신의 라이브에서 백라인(Backline)을 구성하고 있는 연주자들이 모두 참여하고 본인이 기타를 연주한 이 노래는 각 연주자들의 여유로운 플레이가 어우러져 기분 좋은 그루브를 만들어내며 마치 이 밴드가 작은 스튜디오에 옹기종기 모여 한껏 느슨한 분위기로 합주를 하는, 이를테면 일종의 '스튜디오 세션'을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노랫말에 귀 기울이면 '이영훈'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인 일상 어딘가의 한 장면을 뚝 떼어온 듯한, 그래서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표현들도 여전하다. '그러다 문득 공을 던지듯 사랑을 말해' 라는 대목에서는 정말 딱 '이영훈'의 노랫말이구나-싶다. 친구와 연인의 경계 그 어딘가, 기분 좋은 설렘과 불안함의 경계 그 어딘가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담백하게 노래하고 연주하는, 어쩌면 이전보다 조금은 밝아진 듯한 2016년의 '이영훈'을 만나게 되는 곡이다.
글: 김설탕 (POCLA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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