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혁' 정규 3집 디지털 음원 출시. 5년만의 새 앨범. 수수하고 따뜻한 사운드 색채와 무게감 있는 가사
5년. 무언가를 잊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박준혁'이 5년만에 새로운 앨범을 출시한다. 그의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이 아닐 지라도 5년만에 신보를 만나는 지금 시점에선 그와 그의 음악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의 과거 음악을 기억한다면 변하지 않은 캐릭터에 반가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음악을 비유하자면 분명한 선과 색으로 그려진 이미지가 아니라 잡힐 듯 말듯한 흐려진 기억 속 색감에 가까운 음악이다. 다만 이번 앨범에 이르러 조금은 더 정돈되고 안정감 있는 감성과 사운드를 들려주는 듯 한데 이는 보컬과 연주에서도 느껴지는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사운드는 따뜻해진 반면 가사는 예전보다 더 시니컬하고 비판적인 의식을 드러내는데 첫번째 트랙인 "라이어"에서부터 그러한 특징이 잘 나타난다. 어쿠스틱한 악기구성과 따뜻한 브라스 사운드가 인상적인데 가사는 청자로 하여금 불편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이어지는 트랙 "좋은 세상"에서도 비슷한 맥락이 이어지는데 경쾌하게 시작하는 비트와는 상반되는 주제의식이 인상적이다. "세상이 이상해 보이는 것은 세상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내가 틀린 것이다" 라고 자조함과 동시에 세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성숙한(하고 싶은) 인식의 모습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상실되는 자아에 대해 노래하는 세번째 트랙 "균형"까지 사운드와 가사간의 묘한 조화는 지속된다. 모던한 느낌의 포크 "길"에서 좀더 감성적인 안정감을 주는 듯 하다가 다소 선동감을 느끼게 하는 "그날이 오면"과 이어지는 "정의"라는 곡에서는 사운드적인 확장과 동시에 사회에 대한 그의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세곡은 장르적으로 보면 포크, 일렉트릭, 락블루스라 할 수 있는데 장르적 이질감이 그만의 느낌으로 잘 정리돼 있다. 단촐한 사운드 구성과 대비되는 격정적 감성의 "빈"과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밝은 느낌의 "love you", 그루브한 비트와 그의 기타 솔로가 인상적인 "너와 나"까지 듣고 나면 그의 이전 앨범을 들어봤든 아니든 그만의 색채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느껴질 것이다. 마지막 트랙 "꿈"을 끝으로 마치 꿈을 꾼 듯한 그의 음악이 마무리 된다.
수많은 아이돌과 오디션 스타가 넘쳐나는 시대에 그저 자기다움에 천착한 그의 음악을 듣자니 시대에 안 맞게 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 싶으면서도 그만큼 흔하지 않은 독보적임이 그의 음악적 가치라고 느껴진다. 사운드적인 기술과 편곡 기법 등에 대한 발전은 비약적인데 반해 진정성 있는 음악은 좀처럼 찾기 어려운 시대에서 그의 음악은 무시해버리기엔 소중한 존재이다. 음악이 소비를 넘어 소모되는 시대에서 진정으로 위안이 되는 음악을 찾는다면 '박준혁'의 음악이 그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