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을 쫒아가지 못하는 나는 한 시점에 머무른다. 가만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세상의 시간에서 빗겨난 듯 조금 느리게 눈을 깜빡이고 입술을 축여본다. 고요한 주변의 기류에 차분한 마음과 더불어 지난 시간의 나를 추억한다. 어제의 시간과 지난날들은 수십 번도 넘게 반복되어진 계절의 모습과 함께 기억된다. 이제 두 달 남짓의 시간을 더 보내면 올해의 시간이 끝이 난다.
끝맺음이 있기 전에 맞는 가을은 내게 바람과 같다. 내 마음에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코스모스가 있다. 아름다운 코스모스의 모습은 손에 잡히는 수확이기 보다 나의 감정을 아우르며 아련하고 잔잔한 기쁨을 준다. 실제적으로 손에 잡히는 수확을 기대하던 옛 시절과 달리 이제는 내가 조용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 감사이다.
수많은 기도의 제목과 더불어 세운 계획, 이루어야할 목표, 그리고 나의 때는 모든 것에 고개를 숙이고 엎드리게 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많은 시간을 지나 지금 여기 이곳에 있다. 가만히 앉아 그간 나의 행적을 살펴보니 허투루 이루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바람이 스쳐가듯 읊조린 내 목소리도 아버지 귀에 닿아 나의 삶에 열매가 되었다.
구름이 다양한 모양과 색으로 변화할 때 아버지의 일하심을 본다. 아버지의 베푸심을 본다.
어느 것 하나같지 않았다. 구름이 갖는 형태와 세밀한 색의 변화는 다양한 우리의 모습과 같다. 이를 볼 때면 나의 특성에 맞게 이루어가는 아버지의 창조력에 감사를 드리게 된다. 그 다채로운 창조의 능력은 개개인 어느 누구하나 부족함 없이 완전케 하시는 아버지의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 안에 내가 노래하며 내가 주님을 부른다. 내가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주의 주되심이 내 삶에 얼마나 큰 영광이 되었으며 또한 이로 인해 내가 살아갈 삶의 목표와 이유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참으로 감사하다.
하늘 아래 내가 있고 주님 가운데 온전함을 느끼게 하시니 참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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