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reen Fir Tree“
나와 상관없는 일에 눈을 두지 않는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발걸음 옮기지 않겠다. 이는 나의 마음을 그로부터 닫는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인가?
내 지식으로 쌓은 모든 것이 쓸모없어짐을 본다. 사라져가는 것이다. 잃는 것에 아쉬움과 애달픔으로 나를 소비하지 않겠다. 버려지고 이내 비워지는 나를 놓지 못해 질척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놓아줌에 즐거워하리라. 끌어안고 손에 깍지를 끼고 팔 한가득 안아 올린 나는 하나의 형상이 되었더랬다. 형상은 규율이 되어 나를 세상과 아버지의 중간에 자리하게 했다. 이제는 세상을 향해 기울어진 나는 자극에 민감하다. 하나에 반응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감각을 덧입고 모든 것을 혼자 조율하기에 바쁘다. 나에게 집중되어 살아갔다. 그 누구를 위함도 아니었던 오로지 나를 위한 형상은 결국 나를 겁먹게 했다. 따스함이 아닌 차가운 날카로움은 나를 찌름과 동시에 주변을 베어버렸다. 더하여 알아온 나의 생각은 지식이 아닌 우상이 되어 나로 말씀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다. 더욱더 견고히 나를 세워가며 차가운 얼음으로 나를 굳게 하더라.
이제 굳어진 나를 녹여낼 때다. 때로는 깎고 버리며 나를 고치며 근원을 찾아간다. 뿌리에 연결되어진 가지가 새로이 뻗어가고 그 위에 싹이 돋길 기다리며 나를 다독인다. 햇살이 드는 곳에 나를 세우고 오는 비를 온 몸으로 맞으며 잠잠히 서있다. 말씀에 내 눈을 두고 귀 기울인다. 눈에 들어 입으로 소리 내어지며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아버지의 음성이다. 말씀인 것이다. 말씀이 더하여지며 내 가지가 푸르러간다. 어느새 다시 든 햇살에 새로 돋은 잎사귀가 푸른빛으로 반짝인다. 나의 아름다움은 올리브나무와 같다. 세상의 헛된 나를 버리고 주를 부르는 나의 입술은 영롱하게 빛난다. 아버지의 따스한 햇볕과 푸르른 대지는 나에게 새 가지를 주시며 열매 맺게 하신다. 내 열매를 수확하고 아버지 앞에 감사의 제사를 드린다. 열매를 나누고 기뻐하며 나는 이 땅에 이루시는 아버지의 천국을 경험한다.
오로지 한 곳만을 바라리라. 나의 올곧음은 세상이 아닌 아버지에게만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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