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와 어릴 적 많은 꿈을 꾸었던 그 시절의 내가 현실에 무뎌질 때쯤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을 써 내려놓은 이야기다. 어릴 적 알고자 했던 어른들의 세계는 어느 샌가 변해버린 지금의 내 모습이 되었고 어느덧 자주 볼 수 없어진 친구들은 각자 자기 인생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필요로 하고 있었고 저마다 중요한 지금 이 시기를 미래의 멋진 지금이 되길 바라며 꾸려나가고 있다.
이 앨범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은 열심히 바쁘게 치열하게 살고 있는 많은 친구들에게 조금의 쉴 자리를 주고 싶었다. 나 역시도 위로를 받으며 써 내려간 곡들이었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채우는 시간보다 천천히 바라보며 진하게 느끼고 마음의 여유를 품는 것이 내 하루를 더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연히 만나 그 시절을 술 한 잔 기울이며 정답게 이야기할 날이 온대도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되어 기억 속에만 묻히게 되더라도 지나온 사람들, 스쳐간 사람들, 함께 할 사람들 모두가 훗날 추억할 지금 내 모습과 같이 공존할 것이다.
[Track Review]
- "지금"
내 나이가 마흔쯤 되었을 때 지금을 돌아본다면 어쩌면 많은 것들을 후회하고 그리워하며 살아갈 것 같은 내 모습을 상상하며 쓴 이야기다. 내 옆에 머물렀던 사람들, 과거와 지금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 언젠가 과거가 될 것을 알기에 더 아련해지고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나에게 일어나는 지금 이 모든 순간들은 훗날 햇볕으로 가게 하는 고마운 선물이 될 것이다.
- "하루"
느리게 살아온 나만의 하루라는 노랫말은 나태한 게으름이 아닌 천천히 바라보고 진하게 느끼는 것을 말한다. 조금만 달리 본다면 매일 봐왔던 도시의 삭막함도 작은 변화로 인해 새로운 경치로 느껴질 것이고 되뇌고 곱씹으면 보이는 순수한 정답들이 좋은 관계를 만들고 오늘의 나를 밝게 비춰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많은 날들이 지루하고 따분할지라도 지는 노을의 따뜻함을 바라보고 날 위해 비춰주는 달빛에 충실하다면 오늘 하루는 분명 고된 내일을 위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 "숙제"
학창시절 선생님께서 직접 해주신 말씀은 아니었지만 살아가다 문득문득 그런 마음이셨구나 하며 느낀 순간 써 내려간 곡이다. 누군가가 가려주고 보듬어줬던 그늘을 벗어나 홀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우리는 살아간다. 어쩌면 나보다 타인이 먼저가 된 지금 내 뜻대로 풀리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이 곡에는 풀리지 않은 고뇌와 생각들에 대한 해결책은 없지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각자의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담겨져 있다. 그런 공감들이 모여 오늘 하루의 원동력을 조금은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 "보물"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자신을 마주하는 이야기. 내 첫사랑과 첫 사람들, 분주하던 그 때의 하루하루는 쳇바퀴 돌 듯 정신없는 웃음 속에 지나간다. 가끔 지치거나 공허함을 느낀 순간엔 그 때를 회상하게 되었고 그 회상은 지금의 나에게 설렘을 안겨준다. 이 보물 같은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줄 누군가가 필요한 기분이 들 때면 문득 들뜨는 상상 속에 즐거워진다. 누구 하나 기억하지 않는 내 기억 속 너는 여전히 설렘이고 맑은 날의 하늘이다.
- "그늘" with 이승현
같은 날의 반복, 같은 일의 반복, 같은 사랑의 반복 늘 같아진 여러 가지 감정노동으로 인해 지쳐버린 상태에서 무거워진 몸을 잠시 뉘여 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멜로디와 가사가 한 번에 나왔던 곡이다. 누군가를 지켜야 하며 나의 소중한 무언가를 버려야 할 것이 많아진 오늘에 기댈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한 줌의 나무 그늘 밑에서 소중한 사람과 시원한 바람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유쾌해진다. 오랜 친구이자 음악을 같이 만들어내고 있는 이승현의 담담한 목소리는 곡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하여 편안함을 준다. 앞으로도 이 그늘 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할 것이며 웃을 것이고 노래할 것이다.
- 박재민
- Photo By 이승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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