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와 ‘Heavy’의 절묘한 조화, 'Barkhouse' 3집 [Wastorea]
'바크하우스'가 7년 만에 발표한 신보 [Wastorea]는 과거 음악에 대한 향수와 애정을 지닌 채 하드록과 헤비메탈, 그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정돈된 자세를 지키겠다는 바크하우스 음악의 철학과 다양한 음악적 정수로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1998년 경남 창원에서 같은 직장을 다니던 '최치훈(베이스)'과 '정홍일(보컬)'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바크하우스'가 7년만에 3집 앨범 [Wastorea]를 발표했다. 기다림의 반향은 예상 이상으로 클 듯 싶다. '바크하우스'의 이번 음반은 빈 틈이 없다. 음의 간격 사이를 꽉 채운 질감이 참으로 고급스럽다. 최정상급 멤버 전원의 연주 하나하나가 엄청난 각을 그리며 꿈틀거리고 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바크하우스'에 열광하며 이들의 신보를 애타게 기다려 왔는지, 그리고 헤비메탈의 정령 '바크하우스'가 어떤 즐거움을 전하는지에 대한 여러 이유를 '바크하우스'는 이번 3집 앨범을 통해서 분명하게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음악 애호가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Barkhouse'의 신보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들 중에서 특히 하드록과 헤비메탈을 특별히 사랑하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언제 어느 공연장이건 그들은 쉽게 마주할 수 있으며, 그들 중에는 웬만한 전문가보다 더 정확한 관련 정보와 기억을 지닌 이들도 간혹 마주한다. 그들 삶의 즐거움은 한국 하드록과 헤비메탈에 대한 사명감에서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SNS와 개인적인 연락을 통해 그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살아가기 위해 음악에 매진하지 못하는 음악인들에게 미안함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음반을 사고 공연장도 다닐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 하지만 그 행복을 주는 이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음악 외의 활동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슬플 때가 적지 않다.” 때문일까. 그들은 신보가 나오면 남들보다 많은 수량의 앨범을 구매하고, 공연장에 와서 또 구매한다. 엄밀히 한국에서 하드록과 헤비메탈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다른 영역의 활동을 통해서 음악은 물론 의식주마저 해결해야 한다. 어느 때부터인가 접하게 된 ‘직장인밴드’라는 표현은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대개의 음악인들까지 포함하는 말이 된지 이미 오래다. 좀 더 정확하게 그들은 음악 활동의 연장을 위해 별도의 직장과 직업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하드록과 헤비메탈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 중에서 두 번째 공통점은 앞선 한 가지를 포함하면서 전달된다. 음악이 주업이라 이야기하는 이 시대의 직장인밴드. 그러나 생계와 끊어질 수 없는 음악의 열정을 위해 직장을 다니며 뒤늦게 씬에서 폭발적인 환영을 이끌어냈던 '바크하우스(Barkhouse)'의 신보는 음악 애호가들의 간절한 기다림이었다. “바크하우스의 공연이 너무 그립다.”(일산의 양모씨), “바크하우스의 지난 앨범은 닳고 닳도록 들은 지 오래다.”(인천의 정모씨), “우리나라 밴드들 신보 나온다는 소식 들으면 제일 먼저 바크하우스의 새 앨범이 떠오른다.”(서울의 이모씨) 이렇듯 바크하우스의 새 앨범에 대한 음악 애호가들의 기다림은 오랫동안 진행되었고, 이에 대한 화답이 그 주인공인 '바크하우스'를 통해서 드디어 이루어졌다. 그렇기에 '바크하우스'의 새 앨범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지금 이 순간은 개인적으로 올해 들어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 할 만하다. Wasteland가 되어가는 현실을 '바크하우스' 음악의 접점으로 선보인 [Wastorea]
음악적으로 바크하우스의 3집은 여전히 'Black Sabbath'와 'Judas Preist'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번 앨범이 최고의 앨범으로 극찬을 받았던 2집 [Secret Sunshine] 등 이전 작품과 다른 점은 바로 두 명그룹이 지닌 음의 궤적을 통하며 전개되던 과거의 겹에서 벗어나 바크하우스만의 결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1970년대와 1980년대의 하드록과 정통 헤비메탈의 매력적인 요소가 곳곳에서 빛나는 바크하우스의 3집 앨범은 거칠면서도 명료한 바크하우스만의 음악적 맥을 잘 짚어내고 있다. 이는 수록곡을 ‘Heavy Side’와 ‘Hard Side’로 양분해서 기획한 선곡의 짜임새에서 분명하게 전달된다. 리듬과 그루브가 매 곡마다 섬세한 터치 속에서 맛깔스럽게 잘 버무려져 있는 전반부 5곡은 정통 헤비메탈의 탄탄한 사운드를 전하고 있으며, 후반부의 5곡으로 짜여진 하드록 사이드는 고품스러운 음의 조화가 풍성하게 엮여 있다.
이번 앨범의 완성도와 전개에 대해 '바크하우스' 멤버들의 자신감은 확고하다. 오랜 기간 동안 준비를 이뤘고, 멤버들의 실력 역시 매우 향상되었으며, 무엇보다 그 합의 기운이 내장되어 완성된 모든 곡이 완벽에 가깝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로운 기타리스트로 굳건하게 자리잡은 '문사출(Moon4出)' 출신 '손성호'의 다양한 테크닉이 '바크하우스'의 새로운 진도에 제대로 녹아내려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겠다. 1집과 2집에서 각각 '故배진하'와 '현재봉'의 기타가 '이승환'의 키보드, '최치훈'의 베이스와 함께 유니즌 플레이를 이뤘다면, 이번 앨범은 기타를 중심으로 베이스와 키보드, 드럼의 절묘한 라인이 인상적이며, '바크하우스'만의 직선적인 음악이 담대하게 담겨져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당대 최고로 손꼽히는 정홍일의 보컬은 더욱 깊고 묵직해졌으며, 또한 넓은 표현력으로 새롭게 완성되어 있다. 앨범의 타이틀 "Wastorea"는 정치는 물론 경제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은 현실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 의식을 지닌다. ‘세상의 저항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For The Silent Masses Who Can't Resist The Pressures Of The World)’라는 부제처럼 사회전체적인 모순된 현상과 각 개인이 수없이 느끼고 있는 절망감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다.
‘Heavy Side’는 전반적으로 속도감의 절제와 사운드의 정밀도에 주력한 흔적이 강하며, '바크하우스만'의 정통 헤비메탈의 장점이 가득 고여 있다. 첫 곡 "Break The Chains Of Hate"는 "Welcome To The Barkhouse"와 "Secret Sunshine"을 잇는 '바크하우스' 음악의 지향점과 야성미가 물씬 풍기는 트랙이다. 베이스와 강렬한 드럼 플레이가 한이 서린 듯 조여오는 "Burial At Sea"는 천안함 침몰사건 당시에 완성된 곡으로 진실을 향한 바크하우스의 포효가 섬세하게 파고드는 곡이다. 1집에 수록되었던 "Die By My Hand"에서 이미 살벌한 가창을 보여줬던 최치훈의 목소리로 라이브에서 자주 연주되었던 "Hellfire Pass"는 우리의 현실이 일제 당시 강제노역으로 태국 ‘헬파이어 패스’에 끌려간 사람들의 암울했던 심정과 같다는 의미를 지닌 곡이며, "The Last Man"은 'Black Sabbath'의 "Heaven And Hell"의 낯익은 듯 냉혹한 선율을 연상시킨다. 헤비 사이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Blessed By The Moonlight" 역시 과거 바크하우스의 히트곡을 잇는 강렬한 헤비 넘버로써, 리듬군의 밀집도와 보이스 라인이 뛰어난 넘버이다.
‘Hard Side’는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와 정홍일의 보컬, 그리고 멤버들의 안배된 연주력이 화려하게 숨을 쉬고 있다. "No Way To Fight"는 1980년대 하드록과 헤비메탈이 교차하던 당시의 여러 장르가 어우러져 있으며, 2집의 "Fight"의 감흥을 잇는 "Freeman's Boogie"는 '바크하우스' 음악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분명한 포인트를 지니고 있는 곡으로 헤비함과 하드함의 정점을 제대로 보여주는 뛰어난 곡이다. 총 30여 곡 가운데 10곡을 선정하면서 가장 고민이 컸던 곡인 "On My Way Home"은 가장 스탠다드한 하드록의 감흥을 전한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많은 사랑과 리퀘스트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Still Rain"은 깊고 굵다. 또한 정홍일 보컬의 미학이 돋보이는 "Still Rain"은 분명 오래도록 회자될 명곡이다. 마지막으로 수록곡 가운데 가장 긴 러닝타임인 8분 30초의 "No Future There Will Be"은 'Black Sabbath'의 1, 2집 당시의 암울하면서도 선이 분명한 음악의 선을 그려내고 있다.
과거 음악에 대한 향수와 애정을 지닌 채 하드록과 헤비메탈, 그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정돈된 자세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렬하게 담겨진 '바크하우스'의 3집 앨범 [Wastorea]. 그 균형 속에서 지난 7년의 기다림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바크하우스'의 이번 신보는 대한민국 음악사에 오래도록 기억되고 기록될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글 / 고종석(대중음악평론가) 2015. 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