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들의 군 입대로 라이브 활동을 잠시 쉬고 있는 4인조 하드코어 펑크 밴드 '더 베거스'
이들을 그리워 할 이들을 위해 새 EP [BLUEGILL]!
다양한 스타일의, 그러나 너무나 그들스러운 앨범!!
그라인드코어, 패스트코어, 개러지락앤롤, 70년대 UK 펑크, 80년대 US 하드코어 펑크, 90년대 팝펑크 등등... "지금까지의 펑크 역사의 모든것을 들려준다"라고 부를 수 있는 제대로 된 다이하드 펑크 밴드이며, "다양한 고전 락앤롤에 대한 20대의 친구들의 재기발랄한 재치적 해석의 극치"라고도 부를 수 있는 빈티지락앤롤 밴드이기도 한 밴드인 'The Veggers'. 한국 인디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그 이름을 모를리가 없을 정도의 밴드가 된 지 오래다.
한국 인디 음악의 절대적 기준이었던 한국 펑크씬의 급격한 쇠퇴기에 등장하여 다시금 그 씬을 건강하게 만들었던 화제의 데뷔작 [Survival Of The Fittest], '더욱 음악적인 깊이로'와 '더욱 스트레이트란 표현 방식으로' 모두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며 통해 한국 인디사에 한 획을 그었던 명작 [Jazz Master]. 세계적인 스니커 브랜드 컨버스가 후원하는 세계적인 인디 음악 지원 프로그램 Converse Rubber Tracks에 9000:1이라는 말도 안되는 경쟁률을 뚫고 선정되어 만들어진 EP 이자 더욱 다양한 대중성과 음악성을 담아 내는데 성공한 [#PRAYFORTHEVEGGERS]까지, 2015-2016년의 'The Verggers'의 음악적 행보는 정말 거침도 모자람도 없었다.
하지만 이들의 거침없는 행보 앞에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등장하고야 말았다. 그것은 바로 멤버들의 잇단 군입대였다. 기타리스트 '노순규'의 군 입대로 인해 잠정 활동 중단을 생각하기도 'The Veggers'는 "나를 너무 고려하지 말고 활동을 계속해!"라는 그의 조언에 힘입어 4인조에서 3인조로 개편하여 여전한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베이시스트 '유새우'마저 영장이 발부되며 그 역시 군입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일어났다. 결국 'The Veggers'는 예전 처럼의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게 된 상태다.
'The Veggers'는 예상치 못한 혼돈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들다운 행보로 그 위기를 탈출하려 한다. 그것은 놀랍게도 "새 EP의 발표"다. 총 8곡이 수록 된 [Blue Gill]은 "청자로 하여금 멤버들이 빨리 군복무를 마치고 완전체로 다시금 빨리 돌아 왔으면 하는 바람을 하게 만드는 쾌작"으로 간단히 설명이 가능한 작품이다.
이 EP를 통해 'The Veggers'는 또 한번의 변화와 성장이라는 뮤지션이 늘 해 내야 하지만, 늘 해내기 힘든 미션을 멋지게 달성하고 있다. 새 EP [Blue Gill]은 다양한 종류의 과격 펑크 서브장르들과 고전 락앤롤의 재해석에 있어 한차원 높은 레벨업을 멋지게 보여준다. 하드코어 펑크, 그라인드코어, 패스트코어, 고전 락앤롤, 기타팝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음악적 스펙트럼이 넒음을 보여 준 바 있는 이들은 본작을 통해 그 장르들의 '진정한 융합'을 시도한다. 예전 앨범들이 다양한 펑크/하드코어, 락앤롤의 체계적이고 흥미진진한 나열이었다면, 본작 [Blue Gill]은 지금까지 'The Veggers'가 보여 준 다양한 음악적 자산들을 모두 모아 음악적 화학반응화를 통해 더욱 더 'The Veggers만의 음악'을 탄생 시키려 한다. 고전 락앤롤의 품위를 지닌 격렬한 하드코어 펑크 사운드의 탄생이라던지, 더욱 더 노골적인 대중성을 내 비치고 있지만 특정 락 음악 장르 특유의 컬트함이 묻어나는 기타팝 곡들의 대거 등장 등 확실히 전과는 다르며 흥미진진한 것들로 가득하다.
"자 이제부터 멋있는 말 하는사람, 뒤에 줄서서 X꼬 빨아주기"라는 짦고임팩트 있는 가사와 그에 걸맞는 격렬하기 그지 없는 사운드로 'The Veggers'의 독한 면모를 200% 불태우며 SNS 친목질을 멋지게 풍자한 "인간비데", 고전 락앤롤의 품위와 하드코어 펑크의 객기의 완벽한 화학반응을 통한 돌연변이 탄생 그 자체인 쾌감 트랙 "이런 브라질", 요즘 한국식 인디기타팝 특유의 지나친 달달함에 대한 이들만의 긍정적 소화를 "Stedy Love", 90년대 초중반의 US 얼트/기타팝의 경이로운 노스텔지어 부활을 담은 "오늘밤 처럼", [Jazz Master] 앨범에서의 격렬함의 여전함과 색다름을 한방에 선보이는 "Salsasosse", 잽코어/쓰래쉬코어에 대한 완벽한 디깅 그 자체인 "I'm Your Energy", 빈티지락앤롤에 대한 재기발랄한 해석이라는 이들다운 면모의 이색 어레인지 버전인 "Empty", 파퓰러함-에너지틱함-모던함-빈티지함이 모두 튀어 나오는 멋진 스트레이트 기타팝 "I Will"까지... 8곡 모두 거를 타선이 없을 정도로 새롭고 매력적이다.
본작의 타이틀 명 'Blue Gill'은 생태계를 교란 시키는 외래종 물고기 블루길을 낚시로 잡아 라면에 넣어 먹는 동영상을 멤버들끼리 보면서 "우리들도 블루길이 아닐까? 인디락씬, 펑크씬, 락앤롤씬 등 그 어떤 부류에서 시작하지도 속해 있지도 않으면서 각각의 음악계를 교란 시키는듯한 이미지를 지닌 이상한 녀석들이니까 말이야."라고 대화를 나누다가 이게 딱이로구나 싶어 바로 새 EP 타이틀로 선택 했다고 한다. 머리 회전이 빠르신 여러분들은 이 밴드와 EP가 어떤것을 들려주려 하는지 바로 캐치하셨을 것이다. 그렇다. 여러 특정 장르들의 매력을 극단적으로 끌어내고, 그 다양한 장르간의 이질감을 놀라우리만큼 중화시키고, 그렇게 뒤섞은 것들을 화학 반응화 시켜 그 누구조차 복제 할 수 없는 매력적인 돌연변이 물질로 만들어 내며 음악계를 흥미진진 하게 교란 시키는것이 바로 이 앨범의 특징인 것이다. 이러한 교란종은 환영 할 수밖에 없다. 락 음악이란, 시끄러운 음악이란, 에너지 넘치는 음악이란 뭔가 돌연변이적으로 새로워야 더욱 더 자극적인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강제 잠정 휴기지에 놓인 이들이 이렇게 인상적인 작품이라...완전체로 돌아온다면 한국 인디 생태계는 완전 박살이 나 있을 것이다. 그런건 아주 좋다. 재미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때까지 매력적인 8곡이 담긴 이 외래종스러운 EP를 들으며 한국 인디 음악계의 생태계 교란 현장을 지켜 보는건 어떨까? 그건 더 재밌지 않을까? 그때까지 일단 이 생태계 교란종의 자신만만한 또 하나의 신제품부터 까서 들어보며 미리 적응을 해 보는건 어떨까?
이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