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메이' [안 해도 돼]
정체성은 타인과의 비교로 견고해진다. 나 자신만을 볼 때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특징이 비교와 대조를 통해 뚜렷하게 드러난다. 사람은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타인만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가볍게는 겉으로 보이는 성격, 습관 등에서 깊게는 사람에 대한 나의 관점까지 정체성에 대한 성찰은 태도와 언어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메이'의 정체성은 한층 더 견고해졌다. 조금 더 분명해졌고, 망설임이 없어졌다.
'인메이'는 관계 속에서 고민을 거듭해 왔다. 자신의 감정 속에 있는 우울과 괴리감 등 '부정적'이라고 비치는 감정을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감정들은 '인메이'의 영감이 되었다. 간혹 넓은 세상에서 고독을 혼자 견디어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는 노래, 단숨에 달려갈 수도 있으니 누군가가 필요할 땐 자신을 불러 달라는 노래. '인메이'의 노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우울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더욱 상냥하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는 여전히 고민이 많은 모습 그대로이지만 변화는 있다. 이제껏 냈던 앨범들보다 '인메이'는 조금 더 여유롭다. 성찰을 거듭하며 구속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낸 그가 한 발짝 우리에게 다가왔다. 생각해온 것들을 내보이며 다른 삶의 길을 제안하는 그는 이전에 우리에게 보여 줬던 모습보다 더 어른이 되었다.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안 해도 돼]는 총 13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 속에서 주체로 살지 못하고 객체, 타자, 혹은 홀로 사는 사람들의 답답함을 심플한 팝스타일로 표현한 "화를 못 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앨범의 첫머리를 이끈다. "내릴 역을 놓친 김에 여행을 가야지"는 직장 생활의 답답함과 현실 도피의 환상을 칠아웃 또는 라운지 풍으로 풀어낸 일렉트로니카 곡이다. 이 노래 속에서 방황은 회귀를 위한 과정이다. 우리는 이 노래를 들으며 "내릴 역"으로 치환된 도착지를 벗어나 일탈을 즐긴 뒤 내일은 내려야 할 역에서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대는 그대로 아름다워요"는 타인의 인정, 가치판단 여부에 관계 없이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미드템포의 곡이다. 빠른 템포의 재즈곡으로 들어가 흥을 돋우는 "맛있는 저녁을 먹어요"는 '인메이' 특유의 상냥함이 돋보이는 곡이다. 식사는 사람의 마음을 풀어 준다. 앞 곡에서 짐작했던 고된 하루 이후 든든하고 푸근한 시간을 제안하며 '인메이'라는 편안함으로 이끈다.
이어지는 "미안하기 싫어요", "그래도 나를 불러줘"는 차분한 분위기의 곡으로 모순적인 상황 속에서 '인메이'가 취하는 태도를 보여 준다. 언뜻 소극적인 표현들을 곱씹다 보면 그 속에 숨겨진 단호함은 "이해해 달라는 게 아니고"에서 가장 빠르고 화려한 멜로디로 강하게 표현된다. 출근하지 않는 아침을 표현한 "사랑스러운 아침"은 뜻밖의 유쾌함을 담고 있다. 노래에 담긴 짧지만 강렬한 위트 감각에서 다른 곡들과는 또 다른 '인메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아무에게도 아무도 아니다", "합리화", "힘내지마", "모르겠어"는 기존 곡을 리메이크한 곡들로 사운드 스타일에 변화를 주었다. 나레이션으로 이루어진 마지막 곡 "버섯전골"은 단순히 짧은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상황을 이야기할 뿐이지만 분위기와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히 전해진다. 건반 소리만으로 고요하고 치분한 분위기를 이끌어 앨범 전체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바를 전하며 앨범의 마무리를 짓는다.
작년 봄, '인메이'는 앨범 [안 해도 돼]로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이 펀딩에서 '인메이'는 목표 금액보다 높은 금액을 달성하며 '인메이'를 아끼는 팬들이 있음을 입증했다. 펀딩 후원자를 위한 후원자 한정판 앨범이 5월에 전달되었다. 5월에 발매를 한 셈이다. "안 해도 돼." '인메이 INMAY'라는 이름대로 5월을 겪는 '인메이'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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