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웨이커스' 2nd 정규앨범 [The Great Dictator]
닭장 같은 고시원에서 바늘귀만한 신분상승의 문턱을 넘는 날만을 기다리는 이들, 정해진 월급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이들. 우리가 이 곳에서 꿈꿀 수 있는 미래란 과연 무엇인가. 치열하게 경쟁해 남들보다 나은 삶을 꿈꾸지만 결국 옆집 개돼지보다 좀 더 나은 대접을 받는 개돼지가 되는 것이 최선인 작금의 현실. 그런 우리를 밟고 선 채 열심히 노력만 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고 떠들어대는 자들의 보이지 않는 손. 우리의 삶을 저당 잡힌 현실 위에서 벌어지는 저 끔찍한 블랙코미디를 언제까지 바라만보고 있을 텐가.
[Album Review]
분노하라, 그리고 표현하라 - 스카웨이커스 [The Great Dictator]
'스카웨이커스(SKAWAKERs)'를 아는 사람들은 독특하게도 몇 가지 전혀 다른 갈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집회에 자주 나가는 사람, 그리고 레게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스카웨이커스'는 이름처럼 스카로 사람들을 깨우고 일으키는 일을 하고 있으며, 브라스 스카 밴드의 포맷을 지니고 있다. 밴드는 스카라는 정체성 안에서 이들은 여러 갈래의 음악을 더해 자신들의 소리를 내고 있다. 스카는 레게보다 앞서 생겨난 장르로, 발생 당시에는 재즈와 블루스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시간이 지나면서 록, 펑크 등의 장르와도 결합하고 있다.
흔히들 레게 하면 자유와 저항, 사랑과 평화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스카웨이커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사회 참여에도 적극적이다. 지금까지 그들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현장에도,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집회 현장에도, 여러 탈핵 집회 현장에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앨범이 나오기 전후로는 매우 바빴다. 뉴스타파에 잠깐 나오기도 했지만, 이들은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소리를 내고 힘이 필요한 곳에 연대하기 위해 달려갔다. 고리원전을 반대할 때도, 대통령 탄핵 정국에도 이들은 꾸준히 할 말을 해왔다. 그것도 매우 멋지게 해왔다. 민중가요 중심의 집회 속에서 새로운 분위기와 문화를 이끌었고, 자연스럽게 화합을 해냈다. 음악 안에 담긴 메시지나 표현 방식도 이들의 행보와 같다.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고, 동시에 힘이 있다.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마구잡이로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분노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 '스카웨이커스'가 최근 많은 집회에 참여하면서도 두 번째 정규 앨범 [The Great Dictator]를 발표한다. 이번 앨범은 스카 안에 레게, 덥 등을 녹여낸 전작과 달리 힘 있는 샤우팅, 빠른 템포의 리듬, 거침없는 전개까지 스카 펑크, 스카 코어에 가까운 형태를 보여준다. 특히 "보이지 않는 손", "原電Mafia", "죽여라" 등 직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더욱 강한 방식을 택한다. 음악은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데 있어 훨씬 적극적이며, 브라스의 힘은 '스카웨이커스'만의 사운드를 단단하게 구축하는 정점의 역할을 한다. 전작과 비교하면 밴드 셋에 가까운 악기들이 힘을 쓰기도 하지만, 여러 악기 간의 조화나 균형은 밴드의 구성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앨범 곳곳에 배치한 자료화면과도 같은 장치를 통해 더욱 간결하게 앨범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하며, 동시에 작품의 설득력을 더한다. 이렇게 작품은 뚜렷한 색채를 지니는 데 성공한다.
'위대한 독재자'라는 제목에서부터 이들이 하려는 이야기는 다소 짐작이 간다. 첫 번째 트랙 "The Great Dictator"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의 발언을 편집했는데, 편집이 차라리 진실에 가까운 아이러니함을 들려준다. 그들의 말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한번 들어보면 지금 드러난 진실과 그들이 했던 말 사이의 거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카웨이커스'의 매력이 느껴지는 두 번째 트랙 "Wakers, Wake Us", 연대의 힘이 느껴지는 세 번째 트랙 "우리가 왔다"를 지나면 레게 리딤(Riddim)이 담긴 보컬과 분노의 절규가 느껴지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강한 느낌의 트랙을 지나면 "Mass Man"에서는 스카 리듬과 함께 풍자와 비판이 있으며, "原電Mafia"에서는 말 그대로 원전 마피아, 원전 카르텔이라 불리는 한국의 원전 유지 행태를 보여준다.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Beyond The Storm"에서 지금의 현실이 지닌 문제점을 요약하여 이야기하지만, "죽여라"에서는 국가 폭력, 공권력 폭력이 우리에게 어떤 일을 했는지 떠올리게 한다. 이후 "Skarnival", "總蹶起", "희망가"로 이어지는 해방과 연대의 메시지는 우리가 앞으로 분노와 좌절을 투쟁과 연대로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앨범은 이렇게 각각의 곡마다 메시지를 넣고, 또 그 메시지는 결국 지금의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단순히 의미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분노하고, 그 분노가 곧 음악이다. '스카웨이커스'는 10년 넘게 목소리를 내고 이야기를 해왔다. 그래서인지 더이상 투박하거나 화만 남아있지 않고, 비난만 존재하지 않는다. 위대한 독재자를 맞이한 이들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까지 이야기한다.
'스카웨이커스'의 [The Great Dictator]는 3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이다. 팀 결성 10주년을 맞아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담았고, "우리의 삶을 저당 잡힌 현실 위에서 벌어지는 저 끔찍한 블랙코미디를 언제까지 바라보고만 있을 텐가."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앨범 발매 기념 연대 투어를 하기도 한다. 매일매일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만 하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기에 거리에서 활동의 시작을 맞이한다. 어쩌면 꽃피는 봄이 와도, 유독 시렸던 겨울이 가고 3월이 다가온다 해도 우리는 끊임없이 연대와 투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작품은 한동안 우리가 더 많이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큰 힘이자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블럭(bluc), 칼럼니스트
[Musician Review]
늦었다 생각들 때가 가장 빠르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스카웨이커스'의 [The Great Dictator]를 듣자. 지금 우리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가장 가깝고 절실하게 들려주는 현명한 사운드이니까.
옥요한(피아)
독해져서 돌아온 성난 젊은 횃불, 촌철살인. It's time to wake up- 자, 리듬에 몸을 맡기고 외침을 들어보자!
박윤식(크라잉넛)
첫 인트로부터 마지막 곡 희망가까지 높은 완성도와 짜임새가 몸으로 느껴지는 앨범. 타이트하고 매섭고 날카로운 드라이브감이 투톤스카의 리듬을 타고 바로 들어갑니다. 운전하거나 보드 탈 때 들으면 큰 일 납니데이. 산 넘고 강 건너 거침없이 온 부산의 대표 밴드 '스카웨이커스'의 "위대한 독재자". 여러분 놓치지 마세요!
김반장(윈디시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