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밖 아침공기처럼, 단단히 여민 코트 속 온기처럼
'이영훈'의 겨울 소품집 그 마지막 [불면]
어떤 음악에 대해 '회화적'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저 표현을 볼 때마다 왠지 '이영훈'을 떠올리게 된다. 듣고 있노라면 어떤 풍경을 그리게 되는 노래를 그는 부른다. 그 그림은 종종 현관문 밖 알싸하게 찬 아침공기처럼 스산하고, 동시에 단단히 여민 코트 속 온기처럼 따스한 겨울의 풍경이다.
[불면]은 전작 [괜한 걱정]과 [투정]에 이은 이영훈의 마지막 겨울 소품이다. [투정]에 이어 다시 한 번 이별 후 남겨진 '누군가'가 화자로 등장해 이제는 곁에 없는 '너'를 습관적으로 기다리고, 그리워하지만 결국은 별일 없이 지나가는 어느 밤의 알 수 없는 마음을 노래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만이 그의 곁에 머물러 잠시 밤의 벗이 되어줄 뿐이다.
메트로놈 없이 연주하고 노래했다. 소리에도 굳이 매끈히 다듬고자 연마한 흔적이 좀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한 마디 한 마디를 뱉어내는 그의 노래가, 섬세하게 한 음 한 음을 짚어가는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이 그 어느 때보다도 솔직한 감정으로 다가와 가슴 한 구석에 내려앉는다. 꾸밈 없는, 에두르지 않는 진심이 느껴진다.
더러는 예쁘게 포장된 화려한 꽃다발과 편지보다 수줍음 애써 감추며 툭 건넨 꽃 한 송이가 훨씬 가슴을 울리기도 한다. 투박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자아내는 '서툰 진심'이다.
그처럼, 이 노래는 왠지 '이영훈' 그 자신을 참 닮았다.
글: 김설탕(POCLA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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