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99', '천미지' - [Alphaville]
'레인보우99'의 [Alphaville]
싱어송라이터 '천미지'와의 이번 앨범은 시작부터 우연의 연속이었습니다. 작년 초, 시간이 비어서 아무 생각 없이 홍대 라이브클럽 '빵'에 들르게 되었는데요, 언제나처럼 클럽의 바에서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공연을 보면 볼수록 기분이 끝없이 가라앉았어요. 그때 공연하던 뮤지션이 바로 '천미지'였고, 바에서 무대까지의 거리가 한없이 멀어 보였을 정도로 기분은 계속 계속 가라앉아, 깊은 물 속에서 공연을 보고 있는 기분까지 들었어요. 그렇게 공연을 보다 문득, 이 기분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길로 근처의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로 가서 노트북을 열어 작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날 이 앨범의 바탕이 될 아이디어들이 모두 완성되었고, 혼자 고민을 하다가 페이스북 메세지로 싱어송라이터 '천미지'에게 함께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어요. '천미지'에게 그 날의 기분이 꼭 느와르 같았다고 이야기했고, 느와르라는 말은 그대로 앨범의 컨셉이 되어 1년간의 작업 후 [Alphaville]이라는 앨범이 완성되게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밝은 면만큼 어두운 면도 존재하고, 그 존재를 음악으로 기록하는 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1년 전 라이브클럽 빵에서의 저처럼 가라앉게 될지도 모르지만 한 번쯤은 좋은 경험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앨범 [Alphaville], 역시나 아름다운 앨범입니다.
'천미지'의 [Alphvillle]
최초의 작업은 '레인보우99'가 최소한의 코드와 리듬이 있는 파일을 메일로 보내주면, 저는 그것들을 들으며 느낀 나름의 생각들을 정리해 그 위에 멜로디와 가사를 붙여보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함께 만나 어떤 방향을 원하는지 들었을 때 기억에 남은 것은 검은 화면에 침울한 분위기, 결국 등장인물이 모두 죽게 되는' 장면이 떠오르는 느와르였습니다. 집에 가서 느와르 장르로 분류되는 작품들을 찾아보다, 장 뤽 고다르의 1965년 작 영화 '알파빌'에서 전반적인 앨범의 분위기에 대한 모티브를 많이 얻었습니다. 어느 먼 미래에 '외부세계'에서 온 첩보원이 알파빌이라는 도시에 잠입하고, 알파빌을 지배하는 컴퓨터에게 심문을 당하는 장면이 있는데, 종교, 사랑을 믿는지를 묻기도 하고, 두려워 보인다, 당신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며 다그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나 누군가에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나타내려고 한 앨범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