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선과 선원들' [러브송]
그냥 러브송 입니다.
"러브송"이란 곡의 제목은 "러브송"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곡은 아무 뜻이 없는 말들 혹은 동어반복으로 가득 차 있다. 처음에는 한 편의 연애소설 같은 가사를 써보자 했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그것이 무의미하다 느껴졌다. 앞과 뒤, 그리고 위와 아래라는 의미 연관을 따지는 것은 아무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다 생각이 들었다. 대신 나는 내가 사랑할 때 또는 연애할 때 서로 간의 주고받았던 말들을 떠올려봤다. 그것들은 분절된 채 각자의 의미를 지녔지만 전체적으론 두서 없고 희미한 말들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화를 계속 해나갔다. 여기서 나는 '그럼에도'라는 부사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비록 우리는 말이 아닌 말들을 주고받았고, 때로는 같은 이야기를 단순히 반복하기만 했지만, 그것들이 모여 서로에게 마음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하기 때문 아닐까. 사랑은 부사들의 무한한 연속으로 이루어진 것 아닐까, 곡을 쓰면서 생각했다. 그래서 "러브송"은 그럼에도 "러브송"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제목을 붙일 수 없었다.
'단편선과 선원들'이 활동하기 시작한 이래, 발표된 것들 중 가장 밝은 곡조를 가진 음악일 것이다. 늘 그래왔지만, 이번 싱글을 작업하면서는 특별히 더 많은 부분을 DIY로 해결했다. 예산이 넉넉지 않은 탓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론 이전 작업들보다 더욱 우리의 생각을 많이 담아내기 위한 시도다. 그래서 데모 녹음도 작업실이나 각자의 집에서 직접 하고, 비디오도 직접 찍고, 사진도 직접 찍었다. 역시 전문가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서 직접 해보니 예상치 못한 실수들도 많았으나, 즐거웠다. 그리고 직접 할 수 없거나 도움을 받아야 수월하게 진행될 일들은 주변의 훌륭한 동료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했다. 이 자리를 빌어 동료들과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좋은 연주를 담아 잘 만들어내야 한다는 원칙아래, 우리는 이 곡이 빼곡하기 보다는 조금 헐렁하게 느껴져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슬픔과 기쁨 사이의 애매함이란 헐렁함과 왠지 서로 닮았다고 느껴지는 까닭에서다. 이 헐렁함을 좋아해 주셨으면.
후반작업을 통해 비중이 조금 줄었지만, 이 곡은 친구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노래하는 곡이다. (그리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선원 장수현이 조금 더 앞에 나와서 노래를 부른 첫 곡이기도 하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함께 불러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음악에 담은 마음들, 기쁨과 슬픔을 조금은 공감해 주셨으면 한다. 이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많은 음악가들의 바람이기도 했다. 우리도 같은 바람이다. 이 다음에는 또 어떤 길로 새어볼까. 즐거울 것만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