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99'의 여행프로젝트 다섯 번째,
시간이 멈춰버린 양주의 송추역과 비암리의 숲.
안녕하세요. 레인보우99입니다.
공연도 개인적인 일도 많아 유난히도 정신없었던 5월의 여행지는 경기도 양주에서 우여곡절 끝에 만난 아름다운 장소, 송추역과 비암리의 숲입니다.
송추, 역
첫 번째 곡은 지금은 폐역이 되어 장소만 남아있는 송추역(이 장소는 올해 여행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왕민철 다큐멘터리 감독님의 추천 장소이기도 했는데, 감독님의 대학 시절에는 MT로도 많이 왔다고 해요.)의 플랫폼에서 연주하게 되었어요. 송추역은 폐역이지만 역사와 대기실, 철로까지 그대로 남아있었는데요. 덕분에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촬영과 연주를 할 수 있었어요. 과거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던 묘한 작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송추라는 공간은 아마도 태어나기 전부터 경험하고 있었던 공간이에요. 송추역 부근의 산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산소가 있어서 매년 한번 이상은 항상 방문하던 곳이었거든요. 송추에는 계곡과 유원지도 있어서 어린 시절에는 성묘를 하고 종종 가족과 물놀이를 했던 기억도 있어요. 생각해보니 동원예비군 훈련도 두 번이나 송추역 근처에 있는 훈련장에서 받았으니, 인연이 깊은 곳이네요. 그래서 곡 제목을 ‘송추역‘이 아닌 ’송추, 역‘으로 정했어요.
비암리의 숲
두 번째 곡은 양주와 파주의 경계쯤 위치한 비암리라는 마을의 숲속에서 작업되었습니다. 비암리는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만난 마을인데요. 잠깐 쉬고 갈 겸, 마을을 걷다보니 야산으로 난 길이 있더라고요. 홀린 것처럼 걸어 들어간 길 안쪽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숲이 있었습니다. 길이 있는 숲이라고 하기에는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는 곳이었어요. 생각해보니 올해의 여행 내내 숲 속에서 작업해 본 적이 없더라고요. 여기다 싶어서 바로 장비를 챙겨와 녹음을 시작했어요. 아무도 없는 숲에 가만히 서서 하는 연주는 제게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연주를 마치고도 한참 가만히 앉아있었을 만큼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서울만 조금 벗어나면 어디에나 텅 빈 장소들이 넘쳐난다는데 놀라고 있는데요. 역시 만병의 근원은 서울에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넘쳐나는 요즘입니다. 여러분 언제든 도시에 병든 기분이 든다면 떠나세요.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아름답고 텅 비어있는 공간은 넘쳐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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