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플라워 (dancin' flower)’ [어수선하다]
원래 음악은 다분히 추상적이고 기준점을 논할 수 없는 예술 영역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쟝르라는 틀 안에서 일정한 형태로 나눠져왔다. 그로 인해 다양성도 조금씩 사라져가고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간편한 소리들이 그 쟝르의 필수적인 소리들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트랜드에 관심 없다는 듯 두 번째 싱글을 발표한 뮤지션이 있다. 이름조차도 시대에 뒤쳐진 듯 ‘댄싱플라워’ 춤추는 꽃을 본 적이 없 듯, 요즘 사람들은 꽃을 볼 여유조차 없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꽃을 아티스트 이름으로 정했다는 건 좋게 표현해봐야 복고풍의 기분이다.
댄싱플라워의 ‘어수선하다’라는 곡이 ‘롹’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포크’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삶에 대한 고찰을 전달하는 방식이 여려서일까 아니면 그의 노래하는 방법이 때묻지 않은 듯 순수하기 때문일까. 수정과 수정을 반복해 짧은 시간 완성되는 컴퓨터음악과 달리 사람의 손을 수없이 거쳐야 완성되는 어쿠스틱 곡들이란 속된 말로 가성비를 논할 수 없는 비효율적인 음악이라고 하겠지만 음악은 원래 무모하게 시작된 보상 없는 즐거운 노력이었고 여전히 이 원칙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드물게나마 보이기 마련이다.
후반부에 강한 사운드로 잠시 밀어붙이긴 하더라도 곡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다분히 조용한 철학이다. 유행어도, 직유적인 표현도 없이 시처럼 흐른다. 아티스트의 음악은 그 사람의 삶을 닮아있기 때문이라면 보컬의 목소리는 그것을 증명한다. 듀엣 보컬로 낙점된 여성 보컬 채지혜의 피쳐링은 그 방향을 다시 확인한다. 케이팝스타 시즌 5에서 눈길을 끌었던 모습보다는 노라 존스 커버 챌린지의 목소리가 오히려 어울리는 후배와 과감히 콜라보 했다는 것은 기존의 흐름을 굳이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각설하고 여러 번 들어야 새로이 들리는 노랫말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어수선하다’ 는 오히려 듣는 이를 세상의 어수선함에서 꺼내준다. 천천히 오랫동안 질리지 않도록.
발매되기 전의 ‘어수선하다’를 몇번 다시 들으며 이 고집스런 아티스트의 곡이 빨리 올라오기를 바라는 기분은 왜일까. 어서 다운로드를 받아 여행이라도 떠나며 듣고 싶은, 바쁜 하루에 잠깐씩 찾아오는 짧은 휴식 시간에 한번 되새기고 싶은 곡이기 때문은 아닐까. 어수선하지 않은 ‘어수선하다’. 이 곡이 사람들에게 바람에 잠시 흔들리는 꽃을 바라보듯 일상의 짧은 휴식이 되기를 바래본다. 최고의 멋을 부려본다면 카세트테이프라도 구해 들어보는 것이 더 어울리겠지만...
(글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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