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경계에서 새로운 경험을 들려주는 19XX의 첫 번째 EP, [Neon Temple]
19XX는 지난 몇 개의 싱글을 통해 꽤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첫 싱글 “Lights”에서 시작한 픽셀 아트는 “Freefall”에서 픽셀 아티스트 주재범과의 콜라보로 이어졌다. “California”는 한국 언더그라운드에서 자주 쓰이던 아트워크를 내세우면서도 음악에서는 팝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이들의 행보는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더 조명받았다. 일본의 웹 매거진 페노메노르(FNMNL)는 19XX를 일찌감치 인터뷰했고, 로컬 음악가들의 여러 음원을 발매한 메종 키츠네(Maison Kitsune) 역시 19XX와 함께 했다.
지금까지 19XX가 발매한 음악을 들어본 이라면, 이들의 음악을 어떤 장르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을 듯하다.
19XX는 트랩에 기반을 두면서도 곡 구성이나 보컬에서는 밴드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장르라는 개념이 해체되어가는 지금 음악 시장에서 이런 이야기는 무의미하다. 오히려 장르보다는 그 팀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매력이 드러나는 부분은 어느 곳인지를 이야기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19XX의 음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밸런스다. [Neon Temple]은 지노(Jino)와 기호(Kiho)의 철저한 포지셔닝으로 점철된다. 지노는 주로 곡을 고조시키거나 진행한다. 끌어 올려진 긴장감을 조절하는 역할은 기호의 몫이다. 그러면서도 19XX의 음악에서 장르를 이야기하기 모호하듯이, 지노와 기호 또한 랩과 노래를 구분 짓지 않고 자유롭게 오간다. 대신 하이톤의 지노는 주로 지르는 듯이 노래하고, 로우톤의 기호는 좀 더 잔잔하게 노래한다. 이러한 모습이 잘 드러나는 부분으로 “Forgive Me”의 훅을 꼽을 수 있다.
음반의 중심을 잡기 위해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았지만, 둘의 이야기는 하나로 모인다. 지금까지 19XX는 도시 그 자체를 이야기해왔다. 이들에게 ‘도시’는 화려함과 성공을 앞세워 사람들을 유혹하는 시스템 자체다. 둘은 시스템에 갇혀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고통과 욕심, 슬픔 등을 이야기한다. 타이틀곡 “Brights”는 이 개념을 응축한다. 처음 들을 땐 화려하고 강렬한 훅과 드랍이 먼저 귀에 들린다. 하지만 지노와 기호의 가사는 화려함을 피하려 애쓴다. “Miracle”이나 “Forgive Me”와 같은 곡 역시 도시에 순응하거나, 성공하기 위해 도시에 남아있는 이들의 모습이다.
음반 전체를 훑고 나면, [Neon Temple]이라는 음반 제목의 의미가 어렴풋이 보인다. 네온(Neon)은 역시 화려한 도시를 뜻하고, 템플(Temple)은 그 안에서 조용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떠오른다. 그렇게 [Neon Temple]은 도시에서 도망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음반으로 완성된다. 첫 문단에서 말했듯이, 19XX의 싱글을 쭉 들어왔다면 [Neon Temple]에서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9XX를 새롭게 듣는 이라면 약 20분간 쉬는 시간을 가져보자. “Unforgettable”에 도착할 때 즈음이면, 이들이 말하는 ‘도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심은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