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 미학의 연금술사 이영훈의 위대한 유산
이문세 오리지널 베스트컬렉션 연작시리즈 <이영훈 the Origin Part.2>
이영훈, 음악의 다양성을 구현하다 !
*** 독일 Pauler Acoustics DMM 커팅 / 고음질 초회한정판 / 투명 클리어 컬러반 ***
(커버 아트웍 이미지는 추후 제공해 드립니다.)
故 이영훈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적 기초는 바흐, 쇼팽, 베토벤, 라흐마니노프의 느낌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클래식을 가요에 대입한 것이 아니라 창의적 방식으로 그만의 '팝 발라드’ 스타일을 주조해낸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의 음악은 클래식에 우리 정서를 섞고 휘젓고 새롭게 빚어낸, 일종의 ‘퓨전’이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우리만의 팝 발라드를 선사해줄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 없는 새로운 것이었지만 어딘가 모를 막연한 느낌의 친화력, 한국인이라면 즉각적으로 호응할 듯한 그 친밀감은 숨길 수 없었다.
대학을 졸업한 20대와 30대 여성은 물론 참신한 유행에 민감한 10대 여고생들은 특히 그랬다.
그들은 너도나도 ‘빠르게’ 이문세 노래에 흡수되었다. 실은 그의 보컬에 실린 이영훈의 멜로디에 속속 포박된 것이다.
한마디로 곡이 너무 좋아서였다.
이영훈이 국내 대중음악 역사에서 ‘게임 체인저’가 된 것은 일차적으로 이들의 성원에 있다.
팝 발라드가 고통 속에 주류에 안착한 게 아니라 무혈입성이라고 할 만큼 부드럽게 착지하게 된 것 또한 그들 덕이다.
이것도 게임을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영훈은 더 큰 게임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문세와 이영훈이 떠오르던 당시 국내 대중가요의 대세는 우리 가요가 아니라 서구 팝이 장악하고 있었다.
음악 팬은 곧 영국과 미국의 팝송을 듣는 팬을 의미했고 이문세의 출세작 ‘난 아직 모르잖아요’가 나온 1985년까지
라디오는 팝이 지배했다. 당장 이문세가 디스크자키(DJ)였던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부터가 팝을 더 많이 틀었다.
아마 지금의 세대는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음악잡지도 팝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영훈의 곡들이 음악수용자들에게 어필하면서 판은 다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팝을 들어야 했던’ 그들 사이에선 ‘이제 우리 가요도 들을 만하다’는 인식이 급속도로 퍼졌다.
이것은 ‘가요를 듣는 애들은 수준이 낮아!’라는 이전의 무시를 고려하면 거의 천지개벽이었다.
팝 프로는 하향세, 가요 프로는 상승세가 이어지더니 1988년에 가서는 마침내 팝과 가요의 역전이 이뤄졌다.
게임 체인지, 가히 혁명이었다.
이영훈의 진정한 업적은 멸시의 늪에 허덕이던 가요가 팝을 넘어 유행음악의 주체로 거듭나는 기초를 마련한데 있다.
이영훈의 궤적을 단지 예술적 측면에서가 아닌 시대적 사회적 측면으로도 해석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K팝이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성공을 쾌척해낸 우리 대중가요가 서구의 종속에서 벗어나 독립과 자유를 획득한 서막을
이영훈이 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본 앨범 <이영훈 the Origin Part.2>에 수록한 ‘옛사랑’, ‘그女의 웃음소리뿐’, ‘해바라기’, ‘사랑이 지나가면’, ‘가을이 가도’
그리고 뮤지컬 <광화문연가>를 통해 명품임이 재확인된 ‘기억이란 사랑보다’ 등은 서구의 팝 발라드에 조금도 뒤지지 않을 만큼
세련된 멜로디와 순차 진행을 과시한다. K팝으로 한국 대중음악을 안 외국인들에게 이 노래들은 들려주면 반응은 한결 같다.
‘멜로디가 훌륭하다!!’ ‘고급지다!!’ 이랬으니 1980년대를 어린 시절로 보내며 이전세대보다 가요의 감수성을 더 진하게 체득한
젊은 세대는 다른 말로 ‘이문세 세대’ ‘이영훈 세대’가 된다.
2004년 신년 벽두를 강타한 이수영의 ‘광화문연가’를 필두로 성시경의 ‘소녀’, 서영은의 ‘가을이 오면’, 리즈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
김범수의 ‘오래 전 사진처럼’ 등 때 아닌 이문세 음악 리메이크열풍이 불어 닥쳤다. 심지어 당시 한 일간지는 “리메이크 히트하려면
이문세 노래를 불러라”라는 기사까지 게제하기도 했다. 2008년 말에 시작해 이듬해를 강타한 빅뱅의 ‘붉은 노을’(실은 그룹 신화가 먼저
리메이크했다)은 열풍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 바이닐(LP)에 실린 노래들은 2020년대 젊은 음악가들의 리메이크 소재가 될 것으로 믿는다.
리메이크는 ‘새로운 대중들’의 인지를 통해 곡의 생명력을 확대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고 보면 이영훈 음악만큼 새로운 대중을 지속적으로 만나는 음악도 흔치 않다.
이영훈은 그렇게 유행가임에도 시대불변의 명작을 써냈다.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자랑이다.
- 임진모 (음악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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