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한패의 다섯 번째 이야기
[LAKE OF OBLIVION]
잔잔한 호수와 계절적 흐름이 담긴 숲, 그 속의 많은 생명들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느낌을 음악으로 기록하여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저희는 그중에서 중심 테마를 ‘물’로 잡았고, 물의 언어를 통해 느껴지는 감정들을 하나씩 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LAKE OF OBLIVION' 에 담긴 한패의 상상력과 공감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1. 슬프도록 아름다운 [TITLE]
2. 망각의 호수
3. 호수의 아침
4. 바람물결
5. 사랑의 위로
6. 망각의 호수 (piano ver.)
7. 호수의 아침 (piano ver.)
8. 바람물결 (piano ver.)
9. 사랑의 위로 (piano ver.)
1. 슬프도록 아름다운.
슬프면서도 황홀한. 약간은 아이러니하지만 서로 극명하게 다른 두 가지의 감정이 한꺼번에 내게로 올 때 눈물이 난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그 감정은 때로는 너무 좋아서 우울하지만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이번 곡을 만들고 연주해 나가면서 오래전의 그런 감정들이 문득 떠올랐다. 사무치게 슬프도록 아름다운, 눈물이 나지만 황홀하고 그래서 더 아름답게 기억되는 감정들.
어느 누구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건 슬플 수 없다고.
하지만 모 아니면 도 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슬프고 아름다운 두 가지의 감정은 양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닌, 어쩌면 결이 다를 뿐이라 나란할 수 있는 감정들일 것이다.
좋은 연주란 많은 연습이 기본이지만 그날 컨디션과 운에 의해서도 결정이 된다. 곡을 쓸 때에도 계산하며 정리해 나가는 단계 이전의 스케치를 할 때에는, 무의식에 작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컨디션과 운에 맡겨지기도 한다. 물론 연주와는 다르게 좋지 않은 컨디션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간혹 아름다운 음악을 내게서 마주할 때면, 음악 안에 있다는 느낌이 감동적이면서도 서글픈 감정으로 함께 밀려온다. 그 곡이 장조인지 단조인지는 상관없이 황홀하고 아름다운 곡들은 어느 정도의 슬픔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화려함까지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어쩌면 그 느낌과 기억에 계속 음악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다시 슬프도록 아름다운 음악들을 만들어갈 날을 기대하며, 이 느낌을 조금이나마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쓰고 연주했다.
김보람의 감수성과 한진희의 화려함을 잘 조화시킨 ‘슬프도록 아름다운’은 감수성 넘치는 선율을 바이올린의 화려함으로 연주하며 벅찬 감정을 살렸고, 피아노의 정적인 연주로 슬프면서도 아름다움을 더했다.
각자의 환상을 떠올리는 곡이 되길 바라며.
2. 망각의 호수
잔잔한 물결 위 아름다운 배경, 인적이 드문 느낌의 신비로운 호수.
한패는 생각을 정리하거나 위로가 필요한 순간 눈앞에 펼쳐졌으면 하는 상상을 ‘망각의 호수’에 담았다. 다 내려놓고 또 다 망각하며 한없이 잔잔한 물결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서글프기도 편안하기도 하면서 안정적인 감정을 주는 그 아름다움의 위로에 빠져들게 된다.
같은 음정들을 반복하며 평화로운 호수의 분위기를 담았고, 셋 잇단 음정에 잔잔히 흐르는 호수의 물결을 실었다. 슬픈 기억을 실어 저 멀리로 보내는 호수 물결들을 바이올린의 고음으로 여리게, 후에 피아노의 끊길듯한 여린 음들로 되새김을 더해 넣었다. 후반부엔 마지막 간절함을, 마무리로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부드러운 저음으로 조용히 끝맺었다.
때로는 슬플 때에도 약간은 무미건조하게, 오히려 격해진 감정을 메마르게 바꿔보고 싶을 때, 한 음 한 음 망각되어가는 느낌으로 아무 생각 없이 듣기를 원한다.
호수는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다고 한다.
특히 밤의 호수를 조심하라는 말처럼 묘한 매력이 있는 이 곡에도 끌어당김은 느껴질 것이다.
스스로 정리되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모르는 새에 망각이 나을 것이다.
3. 호수의 아침
아침이라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느낌은 피곤함이라 생각되었을 때 언제부터 아침이 그런 느낌이 되어버린 것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 아침의 이미지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지치고 피곤한 현대인의 고질적인 아침인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 맑고 힘찼던 아침 또는, 휴가를 떠났을 때 맞이하는 그 청량하고 기분 좋은 아침.
그중에서도 맑고 아름다운 아침 호수를 소재로 곡을 쓰고 연주하였다.
호수의 자연, 만물 그리고 그 생명력이 꽃피우는 아침.
청량함과 황홀함에 일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 곡에 담아보았다.
같은 음들을 반복적으로 넣어 아른아른한 느낌, 경쾌하면서 신비스러운 8분의 6박자의 당김음을 그리 작지도 크지도 않은 편안한 사운드로 구현하려 했다.
따듯하고 아름다운 햇살을 비브라토와 하모닉스로 표현하였고, 넓은 음역대의 피아노와 온활을 사용한 바이올린으로 광활한 아름다움을 주는 아침 호수를 담았다.
큰 쉼이 되길, 또 다시금 회복되길.
4. 바람 물결
바람은 어디서부터 불어오며, 물은 어디서부터 흘러오는가. 시작점은 어딘지 알 수 없으나 바람은 위에서 물은 아래서 흐른다. 또한 바람으로 인해 물결이 일어나고 물결이 일어나매 바람이 분다. 둘은 그렇게 하나가 되기도, 다른 존재가 되기도 하며 깊이 얽혀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바람과 물결을 비유하여 연주한 ‘바람물결’은 잔잔하고 고요하다 못해 허무한 물결을 피아노가 한음 한음 흘러가듯 표현하였고, 그 위에 바이올린으로 바람의 노래를 불러일으켰다.
바이올린은 피아노가 표현하는 물결을 감싸지만, 따듯하지만은 않은 바람 소리를 내기 위해 개방현을 사용하여 비브라토 없는 공허한 소리를 표현하였다.
둘은 점차 하나가 되며 고조되는데, 흐르는 물결처럼 멈추지 않고 넘실대는 박자를 잡아주듯 놓아주듯 흘러가며 서로 엮인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변화하는 리듬과 화성에 따라 부드러운 레가토 활 쓰기, 더블스탑, 아르페지오 등으로 물결과 바람을 표현하였다.
다른 의미를 두자면 흐르는 물은 멈출 수 없는 시간과 같으며 그 시간 속에 우리의 삶이 이런 바람과 같진 않을까 한패는 생각해본다. 마치 클라이막스에 도달한 뒤 다시 잔잔해지는 것처럼. 아무 일 없었던 듯 고요한 바다 위에 배 한척 항해하는 느낌이 우리 삶과도 같다.
5. 사랑의 위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것은 사랑이 아닐까.
그 어떤 시련과 고난과 아픔에도,
우울함과 절망이 극치에 다다라도
모든 걸 이겨낼 수 있음은 위로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따스한 손길, 편안함, 안식, 설렘, 행복, 희생, 배려 그 무엇보다 소중함을 우리는 사랑 안에서 찾을 수 있다.
그 감정들을 살려보고 싶었다.
힘든 시기에 위로가 되어줄 그런 곡.
세계적으로 많이 힘든 이 시기에 모든 이들이 위로와 사랑을 받으며 회복되길 바란다.
음악이 가지고 있는 치유의 힘을 한패는 믿기에 마음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피아노의 아름다운 아르페지오로 시작하여 바이올린의 따스하고 포근한 선율을 위에 얹었고 아픔은 잠시 잠깐이란 의미로 마이너 선율을 짧게 넣었으며 그 후로 더 풍성한 메이저 선율로 위로와 아름다운 사랑을 펼쳐 보였다.
위로를 위한 여러 말들이 있지만,
그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음을.
그보다 더 큰 마음의 표현과 감정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한패의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의 위로가 되길 바라며.
사랑합니다 여러분
한패 올림
instagram @hanpae_
Produced by 한패 HANPAE
Composed by 김보람(Yulia)
Arranged by 김보람
Violin by 한진희
Piano by 김보람
Photo by Yoo.
Recorded by 신광재 @ Bastardz Music Lab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