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신문화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 그 첫 번째 [내 적금을 깨라 (안민가-安民歌)]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절이 있다. 그 절을 지은 이유는 부처님의 말씀에 다가가기 위해서다. 다시 말하면 절은 사람과 불교를 이어주는 다리인 셈이다. 불국사에 가면 뒤편에 불국사 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절이 하나 더 있다. 그 절은 눈을 감아야만 보이고, 말없음으로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불교다. 그런데 사람들은 불국사를 보러 가서 불교는 보지 못하고 불국사만 보고 온다.
경주에 가면 석굴암, 첨성대, 안압지 등 곳곳에 저마다 개성 있는 신라의 유적들이 우아한 자태로 빛나고 있다. 이 유적들은 신라의 혼이 녹아 스며든 건축물이다. 이는 그냥 지은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정신과 가치가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 유적들을 찾는 이유는 이를 통해 신라를 보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 건축의 아름다움에만 감탄을 할 뿐 신라를 제대로 보려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향가’에는 신라의 정신이 담겨 있다. 불교가 바탕이 되어 불국사가 만들어졌듯이 신라는 향가라는 정신문화의 한 축이 뒷받침하여 건설한 나라다. 즉 석굴암, 첨성대, 안압지 등을 지은 정신문화의 기반 중 하나가 향가이다. 향가의 노랫말 속에는 웃고 울던 신라 사람들의 삶이 잘 스며들어 있다. 그렇기에 불국사를 보면 불교가 보이고, 향가를 보면 신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신라의 향가인 [안민가]에 곡을 붙인 [내 통장 적금을 깨라 (안민가)]는 ‘우리의 정신문화를 찾아서’ 첫 번째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이어 신라의 ‘k-pop’이라 할 수 있는 향가를 현대의 음율에 맞춰 다시 부르는 [극락에서 다시 만나리 (제망매가)], 고려가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대와 이별하고 싶어요 (정석가)], 황진이의 시조에 곡을 붙인 [황진이] 등을 2021년 9월까지 매달 한 곡씩 발표될 예정이다. 이 노래들은 삼국시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 대중가요의 역사를 살펴보는 책 『한국인이 즐겨 부른 노래 향가에서 BTS까지(산과들)』, (2021년 9월 간행 예정)의 실천 작업이기도 하다. 이 작업은 우리 정신적 문화재를 지킨다는 면에서, 또 우리 문화를 창조적으로 파괴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내 통장 적금을 깨라 (안민가)]는 신라의 향가 [안민가]를 최철호가 현대적 해석을 했고, 싱어송라이터 심각한 개구리가 작곡을 하고 노래를 불렀다. 전통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국악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 곡은 힙합, R&B의 노래다. 일부의 분발에도 불구하고 국악은 대중들의 관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또 옛 노래라고 꼭 국악의 음율에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의 가치는 재현이 아니라 창조적 파괴에 있다. 임진왜란 때 거북선이 최고의 전투함이었다고 해도 현대 해군이 그대로 재현해서 쓸 수는 없다. 진정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재현이 아니라 거북선을 만든 유비무환의 정신이다.
노래의 1절은 신라시대의 말을 그대로 재현해 보았다. 하지만 완벽한 신라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양주동, 김완진 등의 다양한 해석이 분분하다. 2절은 최철호가 현대인이 알기 쉽게 풀이한 가사로 불렀다. 지금 전염병으로 인해 국민의 삶이 매우 팍팍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권력을 가진 자들은 국민 하나만 바라보고, 국민을 위하여 일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기에 국민께서 권력을 준 것이지 않은가. 국민은 이미 정치인들의 화려한 자화자찬과 상대방 헐뜯기 말잔치에 신물이 나 있다. 선거 때 약속대로 자신의 적금을 깨서 국민께 돌려드려야 할 것이다. 이 노래는 경덕왕의 국태민안의 간절함이 담겨 있는 것이다.
[안민가] 내용 해설: 신라 경덕왕 때는 가뭄, 지진과 정치적 혼란으로 나라의 어려움이 컸다. 경덕왕은 민심을 수습하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충담사에게 [안민가]를 짓도록 했다. 1~4구에서는 임금, 신하, 백성의 관계를 아버지, 어머니, 자식의 관계에 빗대어, 자식을 보살피듯 백성을 돌봐야 한다고 했다. 5~8구에서는 민본주의에 입각하여 백성의 기본적인 어려움을 해결해 주면 나라가 잘 유지될 것이라고 하였다. 9~10구에서는 임금, 신하, 백성이 각각 맡은 바 본분을 다한다면 나라가 태평할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