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 대한 양가감정과 여성의 성애를 직관적으로 풀어낸 천미지 1집 [Mother And Lover]
‘모국어가 아닌 단어들이 만드는 우연한 진심’을 직관적으로 노래하는 천미지는, 2014년 홍대 일대에서 공연을 시작한 싱어송라이터이다. 이 앨범을 통해 다채로운 모습의 보컬과 과감한 사운드를 선보이고자 한다.
프로듀서이자 친구인 김사월과 함께 20대의 벗어나고 싶은 감정들을 매듭지어 세상에 기록해두고자 8곡을 엮어 ‘Mother And Lover’를 발매한다.
여성으로 딸로 연인으로 사는 삶을 견디고 있다면 기대해도 좋을 앨범이다.
[ 라이너 노트 ]
새벽비는 느닷없이 온다.
새벽은 매일 온다. 일주일에 일곱 번씩, 일 년에 삼백 육십 다섯 번씩. 내가 잠든 사이에도, 내가 눈을 뜨고 있는 사이에도. 새벽은 지치지도 않고 매일 다가와서는 이내 조용히 아침과 자리를 교대한다. 나는 이제껏 몇 번의 새벽을 눈뜬 채로 맞이했을까. 그런 걸 세어보다가 밤이 다 새어버려 뜬눈으로 새벽을 맞이하고 피식 웃은 날도 하루쯤 있었을 것이다. 사랑도 웃음도 비극도 눈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눈을 크게 뜬 내 앞을 유유히 지나간 눈물들과, 잠든 채 뒤척이던 내 침대 곁을 스쳐간 웃음들이 얼마나 많을까.
비는 느닷없이 온다. 검고 푸른 일기 예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들처럼 가끔씩 맞닿고 자주 엇나간다. 비는 느닷없이 온다. 그렇게 어느 새벽 쏟아지는 비란 사랑도 비극도 모두 쓸어버릴 기세로 쏟아지다가, 기척도 없이 조용히 멈추곤 한다. 비가 그친 오늘의 아침, 어제의 새벽과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무엇도 고작 비 따위에 쓸려나가지 않았다. 그저 방 안의 공기에 조금 남아있는 비릿하고 축축한 냄새의 흔적만이 어제 새벽의 비를 증거해 줄 뿐이다. 신기해라. 창문을 굳게 닫고 잠들었는데, 이 냄새는 어느 틈으로 흘러들어온 걸까.
새벽보다는 드물게 비보다는 자주 틸트에 오시던 손님 천미지 씨께서 느닷없이 라이너 노트를 부탁했다. 유쾌한 제안이었으나, 나는 음악에 대해 잘 모르기에 조금은 곤란했다. 그러던 어느 화창한 오후, 그녀의 노래를 듣다가 문득, 노래가 어딘가 새벽 비를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새벽과 비에 대해서는 남들이 아는 정도를 알고 있기에, 내가 느낀 노래와 내가 들은 새벽 비에 대해서 쓴다.
빗방울처럼 많은 밤을 빛내준 손님, 천미지 씨께. 바 틸트, 바텐더, 영준.
천미지 보컬, 어쿠스틱 기타, 일렉트릭 기타
서현 베이스
무이 드럼
김사월 서브 기타 외 편곡 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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