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스로 그리는 악보, 그 교집합의 가능성으로서의 음악 - 컴필레이션 [서울, 변두리]
~ 단식광대, 물과음, 클라우즈블록 ~
2018년 발매된 [인천의 포크] 연장선상으로 싱어송라이터 이권형을 통해 기획된 [서울, 변두리]는 기획자의 말에 따르면 ‘변두리’는 공간적인 개념과 달리 정서적인 측면에 더 가깝다. 도시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형태가 아닌 반복적으로 곁을 도는 외곽순환 열차처럼 해당 컴필레이션에 참여한 세 뮤지션은 그와 비슷하게 하나의 감정선을 에둘러간다. 중심과 경계의 기준에 따라 멀어지고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는, 그러나 확실히 내 공간과 주변을 맴도는 바로 그러한 음악.
[단식광대]의 음악은 이와 같은 정서를 차분하게 중첩해 간다. 수록된 세 곡 ‘바다 같아’, ‘길고양이’, ‘끝’ 모두 러닝타임이 긴 이유는 그들의 노래가 중심으로 다다르기까지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빠르기로 따지면 열차가 아닌 보폭의 속도를 지향하는 음악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먼저 살핀 풍경은 우리의 시선 안에서도 동일하게 긴 시간 머물게 된다.
[물과음]의 음악은 담긴 틀에 따라 각각 형태가 변하는 물과 같이 곡들도 성격을 달리한다. 다만 ‘불과 글’, ‘적끈’, ‘저무는 빛’ 모두 고르게 공간을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공간은 변두리에 존재하는 난개발의 흔적과도 같이 무언가 제한되고 부재한 공간이다. TV소리, 지하철 플랫폼 소리 등의 효과가 곡 곳곳에 삽입된 이유 또한 그러한 공간성을 확보하고자 함이다.
[클라우즈블록]은 참가 팀 중에서 가장 시각적이고도 동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수록곡 ‘주안’에서 그는 직접 전철에 올라타 사람들과 만나기로 결정하고, 이윽고 ‘무당벌레’를 통해 스스로 풍경이 되길 원한다. 노랫말 속에 그가 건네는 시집은 일종의 동행 제안일 것이다. 그렇게 노래들은 정주하지 않으며 동시에 부동의 결과물인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함으로써 그는 다음 여행을 준비한다.
이처럼 세 뮤지션의 음악은 이러한 거리와 시간을 거점 혹은 경계를 통해 완성되었다. 변두리라는 이름으로 중심부에서 멀어졌기에 덧대어진 긴 동선 속에서 그들은 차곡차곡 자신만의 악보를 만들어 갔다. 그리고 그렇게 빚어진 음악들을 인천 주안에 거주하고 있는 믹싱 엔지니어 서준호가 제각기 다른 소리의 노선들을 하나로 연결하였다.
부디 청자들도 이 컴필레이션을 통해 그 교집합의 공간, 그들의 시간이 드나든 대합실에 함께 머물러주기를 바란다.
- 김성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