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다니는 말들을 하나하나 모았더니 이제야 알게 된 마음들이 생긴 건.
4개의 악기로 써 내려간 하나의 편지, 고래와 정민의 첫 정규 1집 [고래와 정민]
‘고래와 정민’이 그간 3개의 EP를 거치며 보여줬던 음악은, 어쩌면 일기장에 적혀있던 작은 말들에서 비롯됐는지 모른다. 처음엔 ‘나'로부터 시작된 오늘의 감정을 적는 것일 뿐이었다가, 그 감정이 커져 ‘너'를 향한 그리움으로 뻗어나가기도 했다. 가끔은 전화를 걸어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해주고도 싶었다. 지금 기억하고 싶은 이 모든 계절과 시간마저도. 이렇게 하나하나 눌러 담은 마음이 3년 만에 펼쳐졌다. 혼자 쓰던 일기장이 이제야 받는 이가 생겨 편지로 보내지는 것처럼. 그들의 앨범은, 분명 듣는 모든 이들에게 편지처럼 살며시 다가가 마음을 위로하고 흔적을 남길 것이다.
그들의 음악이 마음 한편에 남을 수밖에 없는 건, 이 앨범이 멤버 모두의 이야기에서 비롯되기 때문일 거다. 마음을 담담히 뱉어낼 줄 아는 기타와 보컬의 김정민, 마치 잘 써진 글의 도입부를 책임지는 것 같은 일렉기타, 피아노의 최보성, 그리고 밤공기마저도 놓치지 않는 콘트라베이스 한다빈과 이 편지에 그리움을 더한 드러머 김온유가 있으니.
‘고래와 정민'은 그 언젠가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앨범에 적었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이 앨범의 11곡이 흘러가는 시간 동안 이젠 그 마음 모두를 알게 됐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건, ‘고래와 정민'뿐 아니라 이 음악을 듣고 있는 우리마저도. 하얀 계절이 지난 지금, ‘고래와 정민’ 덕에 뭔가 새로울 것도 없지만 흐르는 시간도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끼리 아는 비밀도 늘어나게 됐다.
글: 최아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