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판 속 해금의 숨은 자리 찾기
이승희의 해금 그때 놀던 판 Ⅱ [숨은 굿소리] 발매
민간 음악의 근간을 이뤄온 ‘판’에 주목하여 지속적인 해금 레퍼토리 확장과 새로운 형식의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해금연주자 이승희가 2016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그때 놀던 판” 시리즈의 두 번째 음반 [숨은 굿소리]를 발매한다.
이번 음반에서 이승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굿 가운데 경기도당굿(서울굿), 동해안별신굿, 진도씻김굿을 바탕으로 각 지역 명인명창들의 무악과 무가를 참고하여 해금과 노래(구음), 타악 만으로 직접 구성한 선율을 선보이며, 대중에게는 생소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굿’과 그 음악에 담긴 삶의 노래와 이야기를 전한다.
숨은 경기 굿소리
01 창부거리 / 02 가래조 / 03 푸살-터벌림 / 04 도살풀이-모리 / 05 당악
구성, 해금, 소리 이승희 / 타악 김인수
경기굿은 크게 경기 남부지역과 북부지역의 굿으로 나뉘는데 사용하는 장단과 선율이 서로 다르다. 그렇게 다른 두 지역의 굿소리를 한 자리에 모아놓으니 한 곡 안에 서울과 경기 북부 지역에서 사용하는 ‘창부타령조’와 경기 남부 지역에서 부르는 ‘육자배기조’가 함께 어우러지게 되었다.
원래 노래로 불리는 무가 선율을 해금으로 연주하거나 기악합주를 독주곡화 하였으며 창부거리-가래조-푸살-터벌림-도살풀이-모리-당악의 순서로 연주한다. 푸살과 가래조는 경기도당굿의 마지막 화랭이로 불리우는 이용우 선생의 무가 선율을, 창부거리는 무악 [경기도 도당굿] 음반(삼성뮤직, 1994) 음반에 수록된 김춘강 만신의 소리를 참고하였다. 굿거리와 당악은 이충선 명인의 해금 선율, 가래조는 임선문 명인, 도살풀이와 모리 선율은 지영희 명인의 해금 선율을 토대로 구성하였다. 여기에 장구와 징, 바라, 태징, 방울 등을 함께 연주하여 경기굿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음색과 음악적 분위기를 재구성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숨은 진도 굿소리
06 삼현-남도굿거리 / 07 제석굿 진양-살풀이 / 08 희설 / 09 제석굿 노적-업청
10 씻김굿 영돈말이 / 11 천근풀이-살풀이
구성, 해금, 소리 이승희 / 타악, 소리 이준형
진도씻김굿의 음악은 남도 선율의 정수이자 계면조의 깊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하여 무가 뿐만 아니라 기악 음악이 많이 발달한 편에 속하며 주로 기악합주 시나위를 연주한다. 특히 무녀가 소리하는 사이사이에 반주를 하는 이가 함께 구음으로 그 멋을 더하는데 이는 무녀의 노래를 받쳐주는 역할로 ‘바라지’라 한다.
본 음반에 수록한 진도 굿소리는 씻김굿 음악의 예술성을 한층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되는 이완순 명인의 무가를 중심으로 해금 독주 선율을 새로 구성하였으며, 여기에 바라지를 더하여 씻김굿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자 하였다. 산자를 축원하는 제석굿과 죽은자의 넋을 위로하는 씻김굿을 함께 구성하였으며 삼현 - 남도굿거리 - 제석굿(오시더라) - 희설 - 제석굿(노적-업청하기) - 씻김굿(영돈말이) - 천근풀이 - 살풀이 의 순서로 연주한다.
숨은 동해 굿소리
12 제마수 1장 / 13 제마수 2장 / 14 염불-상여소리 / 15 지옥가
구성, 해금, 소리 이승희 / 타악, 소리 조종훈 / 소리 서한나
동해안별신굿에는 해금이 사용되지 않는다. 대신 화려한 꽹과리와 장구의 장단, 그리고 태평소 등이 기량을 선보이며 여기에 무가가 어우러지는 굿이다. 이러한 동해안별신굿 가운데 죽은 이를 천도하기 위해 하는 ‘오구굿’ 중 ‘발원굿’이 있다. 발원굿은 판소리와 같이 이야기가 담긴 서사무가 형식으로 바리데기 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설과 노래를 번갈아 그 내용을 전달하며 장단이 비교적 쉽고 노래와 장구로만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숨은 동해 굿소리에서는 동해안별신굿과 부산 기장 오구굿의 김동언 명인의 발원굿 제마수 무가 선율과 내용을 바탕으로 노래와 사설, 해금이 선율을 주고 받으며 서사무가의 극적인 요소를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영남지역의 상여소리와 동해안별신굿의 지옥가를 더하여 바리데기 서사무가의 음악적 요소를 더하였다.
[연주자 소개]
이승희 (Lee Seunghee)
이승희는 특유의 힘있는 음색과 탁월한 해석력으로 풍류와 산조, 민요 등 전통부터 현대음악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넘나들며 경계 없는 음악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사)정가악회의 단원으로 오랜 기간 활동 하였으며, 음반으로는 [이승희 해금 줄풍류] (악당이반, 2009), [이승희 : 노래하는 해금] (LOEN, 2010), 디지털 앨범 [이승희의 그때 놀던 판] (악당이반, 2018)이 있다.
최근에는 민간 음악의 근간을 이뤄온 판의 음악을 복원하여 해금 연주와 함께 춤과 노래를 동시에 선보이는 [이승희의 그때 놀던 판] 시리즈를 이어가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그에게 있어 ‘판’은 ‘흙’이자 ‘땀’이다. 탈춤과 굿이 벌어지는 현장의 흙을 직접 밟고 함께 땀 흘리며 느낀 힘과 생명력이 그의 작업의 원동력이다. 오랜 세월 삶으로 이뤄온 놀이가 오늘날 함께 누릴 수 있는 순간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예술전문사를 졸업하였고 서울대학교 음악박사이며 현재 영남대학교 음악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구성_ 이승희 Lee Seunghee
해금, 소리_ 이승희 Lee Seunghee
경기 굿소리 타악_ 김인수 Kim Insoo
진도 굿소리 타악, 소리_ 이준형 Lee Junhyoung
동해 굿소리 타악, 소리_ 조종훈 Jo Jonghun
동해 굿소리 소리_ 서한나 Seo H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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