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끝자락에서 불러보는 미완성의 청춘”
'김페리'의 첫 번째 정규 앨범 [다면체 신도시]
‘차이나 몽키 브레인’과 ‘MAAN’의 감각적인 기타리스트이자 보컬 김페리의 첫 번째 솔로 앨범. 그는 철없던 중학교 시절 천계영의 만화 ‘오디션’에 반해 처음 기타를 잡았다. 청춘 만화처럼 청명한 사운드와 재치 있는 변주, 치열한 가사들을 [다면체 신도시]에 담았다. 앨범은 태어나고 자라온 ‘도시’를 주제로 시작하지만 후반부에는 미완성의 ‘젊은 날’로 끝을 맺는다. 이에 대해 김페리는 “한 가지 그림만으로 완성시킬 수 없더라고요. 결국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폭이 넓어졌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힌다.
청춘만큼 도시와 잘 어울리는 공간이 있나. 이것저것 복잡하게 얽혀 있으면서도, 비현실적으로 화려한 거리. 거품처럼 몸집을 부풀리지만 그만큼 엉성한 구조물. 반짝거리며 빛나는 도시의 속성처럼 [다면체 신도시] 속의 사운드도 눈부시고 몽환적이다. 밝은 톤과 대비되는 아련하고 쓸쓸한 감정. 쿨하게 읊조려보지만 그 안에는 복받치는 가사가 먹먹하다. 독특한 전주가 귀를 끄는 ‘잠 못 드는 서울’부터 환상적인 가사가 두드러지는 ‘두 개의 밤’과 ‘우주고양이’, 남 일 같지 않아 헛헛하게 파고드는 ‘노래’. 발랄과 좌절, 환상과 욕망, 아름답고 비참한 청춘의 단면들이 판타지한 도시 위에서 몸을 흔든다.
- 김반야 (음악작가)
01. 거품이 움직이는 도시
언젠가 갑자기 불어온 비트코인 광풍 속에서 곡을 써나갔습니다.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상화폐가 사람들의 삶을 위태롭게 흔들어댔죠.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돈이 되는 것에 인간의 삶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사운드로 담았습니다.
02. 밤의 거리
어느 날 밤 번화가를 걷는데 거리가 너무 지루해 보였습니다. 비슷한 노래, 비슷한 춤을 추는 버스커들, 술에 취해 이성을 찾는 사람들... 똑같은 번화가의 풍경에 염증이 느낄 즈음 곡이 완성됐네요.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리듬이 꽤나 경쾌한 곡입니다. 배우 김이현이 보컬로 함께 참여했습니다.
03. 잠 못 드는 서울
어느 날 돌아보니 꿈은 온데간데없고 현실만 치중하는 제가 있더군요. 불 켜진 빌딩들을 보고 있으니 사람들이 현실에만 치우쳐 살아가는 느낌이 들어 조금 허무해졌습니다. 그때의 공허한 감정과 가사를 사운드로 바꾼 노래입니다. 그냥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때에 들으셔도 괜찮겠네요.
04. 두 개의 밤
한 공간에서 서로 의견이 대립된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같은 공간에 함께 있어도 각자의 밤. 두 개의 밤이 있더라고요. 이 곡 또한, 배우 김이현이 참여했습니다.
05. 비보
좋아하는 뮤지션 친구들이 음악을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결국 조금만 더 힘내보지 않겠느냐로 위로를 전했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참 슬프더군요. 함께 한 동료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는 건 남아있는 사람에게도 슬픈 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베이스라인과 기타 사운드가 마음에 드는 곡입니다.
06. 꿈
차이나 몽키 브레인 시절에 써놨던 곡입니다. 예전에 진행하던 라디오에서 틀었던 적이 있는데 그 이후에도 노래를 찾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한 명이라도 다시 찾는 곡을 쓰는 것도 감사한 일이구나 싶어 새롭게 편곡을 했습니다. 오아시스 같은 브리티시 록 사운드에 김페리의 감성을 얹어보고자 했는데 자체 색 때문인지 오아시스 느낌은 안 나더군요.
07. Love
밴드를 할 때도, 관뒀을 때에도 적지만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늘 곁에 있었습니다. 그 고마운 마음들을, 조금은 경쾌하게 부르고 싶었습니다. 정말로 단 한 명도 고맙지 아니한 사람이 없습니다. 리버브가 짙게 묻은 기타 리프와 단순한 구성의 곡입니다. 고마운 분들에게도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08. Sunday Love
연인과 함께 꽃놀이를 가는 내용입니다. 설레고 벅차는 감정이 담겼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일전에 디지털 싱글로 발매할 당시 발매일이 대선일이라 설레고 벅찬 감정이 배가 되었습니다.
09. 우주고양이
좋아하는 웹툰의 내용에서 영감을 얻어 곡을 완성시켰습니다. 싱글 발매 이후 새로운 버전을 준비 중이었는데, 드럼을 도와주는 키스누(Kisnue)의 최상일이 이 버전을 들려주더군요.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정규에 넣기로 했습니다. 뮤지션리그에는 다른 버전이 들어갔는데, 1위를 했고, 정규도 준비됐으니 매우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편곡을 듣자마자 뮤지션 장우재의 보컬이 생각나서 피쳐링을 제안했습니다. 장우재의 감성과 최상일의 프로듀싱이 낳은 우주행 완행열차 같은 곡입니다.
10. 노래
‘비보’와 기조를 같이 하는 곡입니다. 어떤 이는 떠나고, 어떤 이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고, 그리고 어떤 이는 꿈을 꾸는 것 자체를 부럽다고 말합니다. 골방에서 쓴 일기처럼 완성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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