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로큰롤을 되살릴 강력한 심폐소생술.
펑크록 밴드 ‘반말(Vanmal)’의 까칠한 데뷔 EP 앨범
‘사포(Sandpaper)’
수록된 5곡 모두 전두엽을 후벼 파고 심장을 쾅쾅 울린다.
밴드의 이름에서부터 단박에 눈치챌 수 있듯 건방지고 거칠며 유쾌하고 친근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신예 펑크록 밴드 ‘반말(Vanmal)’이 까칠한 데뷔 EP 앨범 ‘사포(Sandpaper)’를 발표하며 다 죽어가는 로큰롤의 심장에 제세동기를 들이댔다.
거침없이 내지르는 보컬과 뜨거운 기타사운드, 정신없이 튀어 오르는 비트까지.
격정적인 펑크록을 전면에 내세우며 휘몰아치는 이번 앨범이지만 가만히 듣다 보면 압권은 단연 찐한 노랫말이다.
지독한 청춘, 세상을 향한 분노와 상실감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도 특유의 위트와 애정 어린 시선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을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해 냈다.
통일에 대한 열망을 노래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1번 국도 행진곡]이 수려한 멜로디를 뽐내며 앨범의 시작을 알리고, 이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자전적 내용을 담은 [인간화 프로세스]가 이어진다. 사랑이 빠진 섹스를 하며 우울증약으로 겨우 버티는 시대. 그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젊음에 대한 충격적인 가사의 수작 [푸른 옷을 입은 섹스]가 긴 여운을 주려는 찰나, 그냥 잊어버리라는 듯 흥겨운 리프로 시작되는 [괴물이 아니야]가 ‘조금은 모자랄지언정 괴물 같은 인간은 되지 말자’고 유쾌하게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이것이 ‘펑크록이다’라 외치며 숨 막히게 몰아치다 폭발해 버리는 [젓가락으로 그래]까지 수록된 5곡 모두 청자의 전두엽을 후벼 파고 심장을 쾅쾅 울린다.
로큰롤을 향한 ‘반말(Vanmal)’의 강력한 심폐소생술은 시작되었고 계속 될 것이다.
그렇다고 로큰롤이 되살아나는 기적이 일어날까?
어차피 상관없다.
우리는 그냥 ‘반말(Vanmal)’의 음악을 들으며 묵은 체증을 시원하게 날려 버리면 된다.
그리고 옛날 형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외치면 된다.
“Rock n’ R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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