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포엠 ‘Trilogy Ⅰ. Dolore’ 더블 싱글 리뷰
폭풍 뒤에 밀려오는 슬픈 고뇌
더블 싱글 프로젝트 첫 번째 ‘Trilogy Ⅰ. Dolore'
오랜만에 느끼는 전율이다. 듣고 있지만, 오페라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왈츠‘에 넋을 놓았고,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표현의 깊이에 감동했다. 저 높은 곳에서 저 깊은 곳까지 소리를 수놓고, 여린 감성을 폭풍의 힘에 격정적으로 내던진다. 숨 쉴 틈 없이 고통이 몰아치고 나니 잔잔한 슬픔이 하늘을 채운다. 듣고 있지만, 소리 하나하나에서 배우의 표정과 장면이 읽힌다.
<팬텀싱어 3> 우승팀 라포엠(박기훈, 유채훈, 정민성, 최성훈)의 더블 싱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트릴로지(Trilogy, 3부작) 컨셉으로 기획된 더블 싱글 프로젝트는 이번에 발표한 ‘Trilogy Ⅰ. Dolore(고통)’를 시작으로 ‘Trilogy Ⅱ. Speranza(희망)’, ‘Trilogy Ⅲ. Vincere(극복)’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코로나와 함께 흘러가는 현 시대상을 앨범에 녹여보자는 방향으로 기획되었고, 각 컨셉에 맞추어 곡을 선정했다. 좋은 곡들을 한 곡 한 곡 만나는 것도 감동이겠지만, 여러 곡들에 스토리가 부여되면 곡을 만나는 재미는 배가 된다. 싱글 중심의 환경에서 이런 기획을 해냈다는 점, 높게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프로젝트의 문을 여는 ‘Trilogy Ⅰ. Dolore’에는 ‘Waltz In Storm’과 ‘언월(偃月)’ 두 곡이 수록됐다. ‘Dolore(고통)’라는 제목에 걸맞게 두 곡 모두 비탄에 차 있지만 결은 완전히 다르다. ‘Waltz In Storm’에서 주체하기 벅찬 격정의 고통이 느껴진다면, ‘언월(偃月)’에서는 여백 속에 흩어지는 애절한 고통이 느껴진다. 폭주하며 고통을 해소하고, 상심하며 고통을 위로하는 두 곡은 서로 다르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하나의 심상을 그린다.
‘Waltz In Storm’은 <팬텀싱어> 경연곡들이 연상되는 드라마틱 한 곡이다. 꽉 채워진 강렬한 소리들이 격정을 위로 끌어올려 폭발시킨다. 오페라 스타일의 곡이며, 정통 성악가들로 구성된 라포엠의 강점이 극대화되었다. 4인의 소리가 합쳐지는 클라이맥스 부분은 그야말로 폭풍 같다.
반달이라는 뜻의 ‘언월(偃月)’은 미니앨범에 수록된 ‘신월(新月)’의 연장선에 있다. 두 곡 모두 가호(Gaho)와 그의 크루 케이브(KAVE)가 작업했으며, 달이 만들어 내는 잔잔한 밤의 감성이 담겼다. 자연스럽게 ‘만월(滿月)’로 이어질 것임을 짐작케한다. 팝에 가까운 크로스오버 발라드로, 위아래로 요동치는 ‘Waltz In Storm’과 달리 네 명의 소리가 선명하게 하나의 멜로디를 그린다. 격정을 끌어올려 폭발시키는 ‘Waltz In Storm’과 달리 슬픈 고뇌를 아래로 꾹꾹 누르며 가련함을 어루만진다.
개개인에 대해 언급할 이유가 느껴지지 않는다. “라포엠”으로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들어 낼 ‘희망’과 ‘극복’의 이야기 또한 기다려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