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시간과 만나는 'Acoustic Box' 의 네번째 앨범 [She Is...]
2014년 새해를 시작하자 마자 Acoustic Box가 새앨범 'She Is ...'를 발표하였다. Acoustic Box는 네이버 카페 싱송을 중심으로 꾸준하게 음악 활동을 하는 팀으로 이번에 발표한 [She Is...] 는 이들의 네번째 앨범이다. 앨범명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번 [She Is...] 앨범에 참여한 싱어송라이터들은 모두 여성들로 이전에 발표했던 'Acoustic Box' 의 앨범들과는 조금 색다른 구성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여성들만이 참여한 앨범들이 흔치 않게 존재하지만 [She Is...] 처럼 참여한 여성들의 면면이 독특한 경우는 드물 것이다. 이 앨범에는 아직 소녀의 티를 벗지 못한 중학생에서부터 손자, 손녀들의 재롱으로 입가에 미소가 떠날 날 없는 할머니까지, 가족에 비유하자면 4대에 걸친 한집안의 여성들이 모두 이 앨범에 참여해 그녀들 각자의 삶의 시간을 한 솥에서 음악으로 녹여내고 있다. 그래서 여타 다른 Acoustic Box 앨범과는 색다른 [She Is...]만의 독특한 음악을 들려준다. 그럼 한곡 한곡 어떤 음악인지 그녀들의 시간속으로 같이 들어가 보자.
[She Is...] 앨범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노래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는 그녀 '장희정'의 "오 저기 그대" 이다. 퍼커시브한 주법을 사용해 리듬감 있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시작하는 이 곡은 빠르지 않은 템포로 편안함을 주는 동시에 리드미컬한 연주로 인해 고개를 살짝 흔들게 한다. 사랑을 기다리는 여성의 마음을 쉽고 간결한 가사로 잘 전달하고 있다. 오 저기 그대'에 이어지는 두번째 노래는 곡을 쓰고 녹음 할 당시 중학생이었던, 지금은 어엿한 고등학생이 된 '문홍지'의 "반전이다" 라는 독특한 느낌의 Rock 음악이다. 이 노래는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반전의 연속이다. 노래, 연주, 구성, 편곡, 마지막의 가사까지도 무엇 하나 반전이 아닌 것이 없다. 소녀같은 여학생의 유쾌하고 발칙한 상상력이 만들어 낸 곡으로 이 앨범의 프로듀서를 담당한 sSabOo에게 많은 영감을 가져다 준 노래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차분하게 마음을 식혀 주는 노래는 '김민지'의 "담양" 이다. 이 곡은 전남 담양을 여행하며 보고 느꼈던 것들을 옮겨 놓은 노래로 요란하지 않은 편곡에 더한 보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이 곡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특히 아름답게 와 닿는 노랫말에 눈을 감으면 캔디바 색깔로 떠 있을 담양의 푸른 하늘빛이 문득 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앨범의 중반을 넘어서면 '이원례'의 '이쁜 내사랑'이 들려온다. 이 노래는 할머니의 눈에 비친 사랑스러운 손자, 손녀들의 모습과 그것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마음을 담아 낸 컨츄리풍의 곡으로 작사와 노래에는 할머니 본인인 '이원례'가, 작곡에는 그녀의 아들인 '구자훈'이 참여하였다. '구자훈' 은 이미 Acoustic Box의 두번째 앨범 Eleven에서 158, 45만큼 사랑해로 아이들에 대한 아빠의 사랑을 노래한 바 있다. 수수하고 꾸미지 않은 할머니의 목소리에서 세상 그 무엇보다도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노래이다.
이쁜 내사랑이 어머니와 아들의 참여로 Acoustic Box가 가려고하는 음악적 방향 한가지를 제시했다면 앨범의 종반부에 이어지는 음악들 역시 이 앨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에는 어머니와 딸의 음악적 만남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번째 곡인 "구슬아기" 를 쓰고 노래한 '김혜경' 과 마지막 곡인 '눈물이.나'의 보컬을 담당한 Acoustic Box 멤버 '류예정'은 다름 아닌 모녀사이로 이번 앨범에 나란히 참여하게 되었다. '구슬아기'는 젊은 엄마였던 '김혜경'이 어린 '류예정'을 위해 자장가로 만들었던 노래로 그간 혼자만의 노래로 간직해 오다 이번에 정식으로 발표하게 되었다. 따뜻함이 뭍어나는 '김혜경'의 목소리에 더한 관현악기와 오르골 연주는 그 어느 자장가보다 더 포근한 느낌을 준다. 자장가를 듣고 나면 'Acoustic Box'의 "눈물이.나" 가 이 앨범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준다. '눈물이.나'는 Acoustic Box의 이름으로는 처음 발표되는 노래로 멤버들이 모두 참여해 만든 곡이다.
기타와 보컬만으로 간단하게 연주되는 이 곡은 평소 Acoustic Box가 음악작업 할 때처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녹음되었다. '모모'라는 노래로 Acoustic Box의 세번째 앨범 '어느.덫'에 참여했던 '류예정'이 보컬에 참여했고 기타는 '싱송의 기타 선생님'으로 통하는 '김sAmm'이 담당하였다. 앨범 [She Is...]의 음악들을 언뜻 지나치며 듣는다면 세련되게 잘 다듬어지지 않아 거친 것들 뿐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Acoustic Box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위해 음악을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열정과 꿈으로 부딪히며 이들의 음악 작업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 꿈은 봄이 오는 3월, 다섯번째 앨범으로 다시 한번 그대 곁에 찾아 들지도 모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