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음원이 음원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에서 특히 독립 뮤지션이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는 건 보통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티스트에게 정규 앨범이 갖는 의미는 분명히 있기에 히미츠 멤버들은 큰 각오를 가지고 첫 정규 [화성침공]을 준비하게 되었다.
히미츠가 어쿠스틱 듀오에서 팝 밴드로 개편을 한 2018년 이후로, 너무도 당연한 얘기겠지만, 음원 제작의 볼륨이 훨씬 커졌다. 더 많은 음악 트랙과 더 많은 녹음과 더 많은 작업 아이디어가 필요했고 이런 식의 밴드 음악 작업 프로세스가 익숙해지기까지 멤버 모두에게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간 3년의 활동을 통해 히미츠는 비로소 아티스트로서 아이덴티티를 만들 수 있었다. 프리프로덕션 측면에선 노래 가사나 소재에 대한 과감한 시도가 이어졌고, 프로듀싱 측면에서는 신디사이저와 FX 사운드의 활용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화성침공]은 단순히 십수 곡의 음원으로 'Full-Length'를 채운 앨범이 아니라 모든 음악들이 일괄된 흐름을 가질 수 있도록 치밀하게 짠 하나의 이야기다.
1. 복수초
복수초는 늦겨울 서리를 뚫고 피어나는 꽃이다. 히미츠의 '복수초'는 언 땅 같은 마음을 녹여주는 사람에게 전하는 한 장의 편지 같은 곡으로 오래된 서신 같은 가사와는 대조적으로 흐르는 신스웨이브 트랙이 매력적이다.
2. 화성침공
9시 뉴스에선 미확인 비행물체를 조명하고 갑자기 내 머릿속으로 외계인의 신호가 들려왔다. 이 신호를 듣는 사람은 오직 나뿐. 2인조의 비밀 요원이 우리 집을 찾아오고 외계인과의 조우를 앞둔 나는 도망치고만 싶은데...
3. 작업의 정석
어디서 맘에 드는 상대가 나타났다면, 근데 말을 건넬 용기가 없다면 이 노래대로 따라 해보자. STEP BY STEP. 이 오천만 한국 육십억 지구에 당신의 짝 하나가 없을까?
4. 러브 리볼버
사랑의 권총에 겨누어진 포로들에게. 뭔가가 잘못되어간다고 느껴진다면 이미 늦어버렸다는 뜻이다.
5. 신기루
손에 잡힐듯하면 사라지는 지난날에 넌. 여전히 반복되는 신기루 같은 것.
6. 미셸
미셸, 우린 어떤 사일까요. 이 뜨뜻미지근한 우리 관계에 따르면.
7. 왜 눈물
넌 나를 찬 주제에 왜 쓸데없이 눈물을 흘리나. 너의 눈물 이별의 슬픔이 아니라 네 죄책감 때문인 걸 알아. 만남에도 헤어짐에도 이렇게 갑과 을이 존재한다는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8. 드라큘라
할로윈 데이를 맞아 일 년 만에 외출을 한 드라큘라의 하룻밤을 그린 노래.
9. 홍은동 334-10
지금은 재개발되어서 말소된 주소 홍은동 334-10번지의 옥탑을 떠날 때.
10. 런드리
헝클어진 우리 추억도 이 옷들처럼 깨끗해질 수 있을까? 런드리는 헤어진 연인의 옷들을 세탁기에 돌리며 행복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는 생활밀착형 이별 노래다. 부활의 리더 김태원의 프로듀싱을 통해 발라드와 댄스 뮤직을 결합했고 이별을 맞닥뜨린 사람이 느끼는, 슬픔과 기대 같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음악 속에 녹여냈다.
11. 달나라 전주곡
사십오 억 년 전부터 지구와 함께 해온 달의 기원과 역사 태양계의 끝을 이야기하는 노래.
12. 믹스커피 (2021)
재치 있는 가사와 강력한 후렴구를 가진 181번의 '미'. 히미츠 최고의 후크송 [믹스커피]가 일렉트로닉 뮤직으로 새롭게 태어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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