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다방 [늦은, 봄다방]
살다 보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큰 시련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이번 봄이 그랬어요. 4월 발매 예정이었던 봄 앨범 마감을 일주일 앞두고 큰 사고를 마주했을 때 '아,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시련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불행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사고 뒤에는 생각지 못한 선물이 숨어 있었어요. 음악 일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완전한 휴식"을 경험했고, 고갈되어가던 아이디어 창고가 채워지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그나마 멀쩡한 두 다리로 산책을 하며, 내가 앞만 보고 달리는 동안 훌쩍 커버린 나와 세상을 돌아보기도 했고요. 그렇게 나를 채워가다 보니 '아주 재수가 없어서 하필 나에게 일어났다' 고 생각했던 큰 사고도 어느새 내가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하나의 테스트처럼 느껴졌어요.
사고 후, 우울한 마음에 손대지 못했던 앨범 작업을 다시 시작했을 때 내가 써놓았던 가사가 새로이 다가와 나를 위로했어요.
'여전히 꽃은 피고, 때가 되면 지네.'
지독한 전염병으로 엉망이 된 세상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피고 지는 꽃이 얄밉다는 생각으로 썼던 가사가, 꽃이 피고 지듯이 내가 마주한 시련도 때가 되면 지나간다는 위로의 말로 들리는 거에요.
봄 앨범을 봄에 내지 못한 것은 아직도 많이 속상하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봄을 잡을 수는 없으니 잠시 이 앨범에 담아둘게요.
저에게는 너무 소중해져 버린 이 6곡을 여러분들도 아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노래를 들을 때 만큼은 마음에 봄이 가득하기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