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 (INSE) [개화]
이인세의 첫 EP [개화]의 테마는 단연 ‘꽃’ 이다. 본 앨범에 수록된 네 곡은 꽃이 지니는 다양한 성질에 주목하여 각각의 서사를 다채롭게 풀어낸다.
첫 곡 ‘피어나’ 는 때가 무르익으면 반드시 피어나는 성질과 다양한 모습을 지니는 성질에 집중한다. 짙은 어둠이나 거센 바람과 같은 시련이 있더라도 그것을 딛고 피어나는 꽃의 모습을 통해 눈물을 딛고 성장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렇게 완성해낸 존재는 저마다 다른 모습들이지만 아름다움은 그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는 것이기에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지니고 있는 곡이다.
두 번째 곡 ‘여린 풀꽃 한 송이’ 는 여리지만 쉽게 시들지 않는 생명력에 주목한다. 굳세고 화려한 꽃들 사이에 피어있는 여린 풀꽃은 힘없고 초라해 보이지만 은은한 풀꽃 내음만큼은 잃지 않고 있다. 이러한 소박한 아름다움 속에서 화자는 강인한 생명력을 발견하고 단순한 연민이었던 시선은 숭고한 존경심으로 탈바꿈한다. 노래에 등장하는 여린 풀꽃의 모습은 소박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일 것이다. 이 노래는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삶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인 것이다.
세 번째 곡 ‘개화’ 에는 사랑의 메타포로서 기능하는 꽃이 등장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꽃은 사랑의 계절인 봄을 맞아 온 세상에 피어난 꽃인 동시에 화자의 마음 가득 피어난 사랑을 의미한다. 또한 사랑의 대상인 연인을 의미하기도 한다. 꽃이 만발한 계절 봄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풍경과 사랑의 설렘을 있는 힘껏 느끼며 예찬하는 곡이다.
마지막 곡 ‘기억해’ 가 주목하는 꽃의 속성은 바로 유한성이다. 피어난 꽃은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지고 만다. 어쩌면 꽃의 아름다움은 이러한 유한성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반드시 시들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기억 속에서나마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의 시간도 이와 마찬가지로 유한하고 기억도 점차 흐려질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기에 화자는 더욱 애써 사랑하는 이와의 아름다운 순간을 기억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이인세의 첫 EP [개화]는 이처럼 삶의 다양한 순간과 그때마다의 감정을 꽃이라는 테마를 통하여 아름답게 풀어낸다. 여리고 섬세하지만 존재감 강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손쉽게 자아내는 그의 보컬은 꽃이라는 테마와 절묘하게 어우러지고,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가 중심이 되고 현악 앙상블, 전자기타 등이 풍성하게 채워나가는 사운드는 흡사 꽃이 만발한 봄풍경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본작은 꽃이 만개하는 계절의 복판에서, 또는 그 계절이 그리운 어떤 순간이라면 언제든 정답이 될 수 있는 앨범임에 틀림없다.
- 강백수 (시인, 싱어송라이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