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묘 [그대 커다란 창가에]
여백은 지루하지 않고 변주는 과하지 않다.
소묘의 노래는 그렇다.
공교롭게도 일이 일찍 끝난 어느 날. 멀리서 아이들의 추격전
소리가 들리고, 고요한 아파트 사이를 걷는다.
바람 소리가 들린다.
그 사이로 잠시 정적이 있다가, 이내 다시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흩어진다.
그 바람 사이의 정적 같은,
그 웃음 사이의 바람 같은,
그 기분 좋은 추억 같은 곡이다.
곱씹어 듣지 않아도, 신경 써 들여다보지 않아도
고운 멜로디가 들리고 조심스러운 이야기가 보인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남의 이야기들 가운데서 단 한마디라도
나를 울려줄 이야기가 필요할 때.
그 한 문장의 진심이 바로 이 곡이다.
부쩍 마음이 추운 겨울날, 꼭 필요했던 기분 좋은 앨범 하나.
글 | HA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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