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목 [영하] 소개
타인이란 설원, 기약 없이 앓고 말 시차 증후군
공전 주기가 서로 다른 객체들의 만남과 이별, 휘어짐과 섭동(攝動)의 반짝임을 첫 EP [궤도]로 풀어낸 유정목은 줄곧 사람 사이의 시차(時差)를 이야기해 왔다. 닿을 수 없었기에 가능했던 환상, 궤도의 일치점에서 빛나던 환희, 영원히 교차되지 못할 것을 예감한 안타까움, 궤도 바깥의 대상을 향한 그리움까지.
시차를 변주하는 그가 예고한 '겨울 3부작' 중 첫 곡 [영하]는 얼어버린 시간 속에 갇힌 사람의 이야기다. 계절이 가고 날씨가 바뀌어도 가슴에 성에가 피는 '영하절'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사람. 공전할 대상 없이 자전하는 법조차 잊어버린 그는 기나긴 겨울잠에 빠져버렸다. 함께 있으면서도 다른 체감 온도를 느꼈을 너와 나는 어쩌면 영원히 적응 못할 시간대의 이국일지도 모른다. 멀어진 눈금, 뒤늦은 깨달음. 그저 머문 자리를 쓸어볼 뿐인 그는 언제쯤 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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