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월간 윤종신] Repair 4월호 ‘모처럼’ (With 선우정아)
2021 [월간 윤종신] Repair 4월호 ‘모처럼’은 지난 사랑이 머물렀던 자리를 추억하는 노래다. 그 사랑이 함께 했던 거리와 골목, 그리고 가게를 돌아보며 지난 시간을 담담하게 또렷하게 마음에 새기는 노래. 윤종신 8집 [헤어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에 수록된 곡으로 이번 리페어 버전은 선우정아가 참여했다. 윤종신은 선우정아를 후배 뮤지션 가운데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으로 소개한다. 요즘 다른 뮤지션들과 이야기할 때도 현재 가장 독보적으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선우정아의 행보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게 된다고. 윗세대 음악에 대한 깊은 관심과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이해를 바탕으로 자기 세대의 개성을 보여주는 뮤지션. 음악은 곧 자신의 생각이자 이야기라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는 뮤지션.
“올해 리페어 프로젝트를 계획하면서 ‘선우정아’는 제가 희망하는 참여 아티스트 1순위였어요. 제가 ‘선우정아’에 빠지게 된 순간이 있는데요. 처음에는 영화 [죄 많은 소녀]을 봤을 때.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을 누가 한 건지 궁금했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선우정아’라고 뜨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그리고 ‘도망가자’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제목만으로 완전히 반할 때가 있는데 이 곡이 그랬거든요. ‘도망가자’란 문장을 제목으로 두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물론 노래도 좋았고요. 그 이후로 선우정아가 만든 음악을 들으면서 ‘이 친구는 작곡가 혹은 작사가라는 이름으로 가둘 수가 없는 사람이 구나. 그냥 예술가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번 리페어를 준비하면서 윤종신은 완전히 물러서 있었다. 이전에도 다른 아티스트를 프로듀서로 초빙한 경우는 몇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프로듀싱에서 퍼포밍까지 통틀어 제안한 것은 처음이었고, 곡 선정시 후보군을 좁힌 것 말고는 별다른 의견이나 생각을 제시하지 않았다. 제작의 A부터 Z까지 전 과정을 선우정아에게 일임했고, 편곡의 방향도 표현의 방식도 선우정아의 스타일을 따라갔다. 프로듀서 선우정아에 대한 믿음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야 완전히 다른 느낌의 ‘모처럼’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제가 부른 원곡은 정지된 느낌이거든요. 계속 그 안에서 굳어 있고 멈춰 있는 사람,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선우정아가 만든 리페어 버전은 듣자마자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원곡이 빈티지한 사진이라면 리페어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동영상이랄까요. 가사 속 화자가 단념하고 체념하는 과정이 보이는 것 같았고, 동시에 미련을 걷어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같은 곡 같은 가사이지만 정서가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죠. 그래서 감동 받았어요. 아련한 마음을 부각하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방식이 무척 세련되었다고 느꼈고, 제가 리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해석을 만나기 위해서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거든요. 간섭하지 않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
[4월호 이야기]
“모처럼 찐 창작자를 만났다, 선우정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