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형' EP [곡예]
사는 게 아찔하다고 느낄 때가 자주 있다. 아찔함은 도통 익숙해지지 않고, 해결되지 않은 질문 위에 또 다른 질문이 얹힌다. 세상에 대한 질문은 점점 늘어나고, 나는 나의 무력하고 슬픈 존재에 대해 번번이 실감한다. 그러나 나의 삶 가운데 기쁨의 순간들도 분명 있다. 나는 내가 겪은 기쁨에 대해 더 뚜렷하게 떠올리려 애쓰고, 기쁨에게 빌린 힘으로 앞으로의 삶을 잘 감당해내고 싶다.
팽팽한 줄 위에서 가까스로 균형을 잡은 곡예사를 떠올린다. 곡예사가 짓고 있을 그 이름 모를 표정이 바로 나와, 우리의 표정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삶 속에서 모두가 자신의 곡예사가 되어 삶의 균형을 맞춰가는 데 애쓰고 있다는 것을 먼 곳을 떠올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모두가 다른 방식으로 각자의 삶이 흐르는 동안 저마다의 곡예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내 첫 앨범을 듣는 모든 사람들은 프로 곡예사일 것이다. 실력이 좋은 곡예사들의 눈에 웬만한 퍼포먼스는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궁금하다. 당신의 곡예와 나의 곡예가 과연 맞닿아 있을지, 닮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닮았는지 말이다. 유난히 뜨거운 핀 조명 아래, 지금부터 명랑한 곡예 한 판이 시작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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