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 [꽃]
열흘 붉은 꽃 없다지만 그 씨앗은 모진 계절들을 견디며 봉오리를 맺고, 그렇게 피어난 꽃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호아는 결성 6년 차의 인디밴드이다. 하나의 스타일을 쉽게 단정 짓기보다는 수많은 실험과 변화를 통한 성장을 택한 우리의 지난 6년을 여기 담았다. 그간 추구해온 여러 스타일을 한데 모아 ‘호아’라는 색에 수렴했다. 때론 돌아서 가는 길이 지름길보다 값질 수 있음을 전하고자 이 꽃을 피웠다.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16년 [9호선에는 신발을 벗고 타라] 발매 후 지금까지 정규 1집의 발매를 미뤄온 것은, 다시 오지 않을 1집을 조금이라도 완벽한 형태로 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사라져가는 주변 동료 뮤지션들을 바라보며 저희는 인디밴드가 얼마나 지속하기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언제든 우리도 그렇게 사라질 수 있음을 자각했습니다. 그래서 더는 미룰 수 없던 정규 1집의 발매를 결정했습니다.
앨범 안에 무엇을 담을지 각자 나름의 바람이 있었지만, 이게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최초의 전제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정규 1집의 마지막 트랙으로 저희의 두 번째 디지털 싱글 [아직도 그때로 지금도 그대로]를 택한 것도 그런 생각에서였죠. 그 결과 이 앨범엔 우리의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들이 11트랙 가득 담겼습니다.
이 앨범은 거대한 탑도, 그럴싸한 동상도 아닙니다. 찾지 않으면 알지 못할 어딘가에 핀 꽃. 하지만 우린 여기 있습니다. 에필로그를 쓰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프롤로그를 여러분께 바칩니다.
-김규목 (호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