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ha, Now. - E01 [오늘을..]
우울한 기분이 들어서 습관처럼 그간 발매했던 음반들을 하나씩 들었다. 늘 그랬듯 노래마다 어느 시절의 공기들이 진하게 묻어져 있었고, 그것은 조금은 그립기도, 더욱이 애잔하기도 한 나 혼자만의 잔상들이었다. 예전 언젠가, 내 음악은 어쩌면 뮤지션으로서의 음악이라기보다는 그저 기록자, 또는 독백하는 화자로서의 작은 아카이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들을 늘어놓은 듯한 소소한 정체성이었던 거였다.
미지근해진 커피를 한모금 마시다가 문득, 미래에 꺼내볼 수 있는 내가 나에게 썼던 편지 같은 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단하지 않은 정체성이라도 그저 그렇게 하나의 언어로서, 많은 다른 좋은 음악들과 동시대를 살면서도 숨을 잃지 말고, 눈에 띄지 않더라도 있어야 할 자리에 앞으로도 꾸준히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남겨야겠다고 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