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공업사 [콩깍지]
사랑에 빠지기 좋은 계절 봄. 타이밍 좋게 형제공업사의 베이스 연주자 김진일 프로가 몇 년 동안 공들인 문제의 작품이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초사실주의 가사가 빛나는 정통 R&B 앨범, 이름하여 콩깍지. 평소 콩을 먹지 못하는 편식주의자적인 성향이 고스란히 담겨 음악 곳곳에 깐깐하지만 반대로 자극적인 소스들이 귓바퀴를 타고 전해지며 몸 안 구석구석의 세포들을 일으켜 춤추게 한다. 이런 생소한 장르의 시도는 앨범 계획 때의 우려와는 달리 자신의 몸 속에는 아마도 흑인의 피가 흐를 것이라고 믿고 있는 심영국의 보컬과 만나 대폭발을 일으켰고 이는 결국, 알 수 없는 정체불명, 국적불명의 소울이 담긴 앨범이 탄생시키고야 말았다.
또한, 알록달록한 풍선들로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 YONA 작가의 앨범 커버는 똥도 포장을 잘하면 어느 정도는 팔릴 것이라는 이들의 말과 일맥상통하다. 아니, 어쩌면 오랜만의 그루브에 취해 정신을 잃으며 환각상태에 빠진 멤버들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콩깍지 - 예쁜 여자와 고양이는 뭘 해도 예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 곡에서는 이러한 충격적인 사실을 논리적으로 나열하고 있으며 실제 이 곡을 쓰던 중에 끝내 참지 못하고 고양이를 분양 받아 키우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두 마리나 말이다. 어쨌거나 사랑은 이토록 위험한 것임에 틀림없다. 심지여 눈을 멀게 하다니.. 일단 늦기 전에 다같이 눈을 감고 촌스러울지 모르는 끈적한 알앤비 리듬에 한번 몸을 맡겨나 보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