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악단 (Non Alcoholic Orchestra)' [13호]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오랑캐 땅엔 꽃도 풀도 없어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옛 중국의 어떤 시인은 이국의 불모지에 볼모로 보내진 어떤 후궁의 심정을 이렇게 노래했다. 그 이후로 봄 같지 않은 모든 봄들은 그런 탄식으로 호명되곤 했다. 한동안 이 땅에서 봄을 맞는 우리의 심정도 그와 같았다. 아무리 봄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봄은 오는 것이지만 이 땅에서 '움트는 봄'이라는 황홀함을 다시 만끽하는 일은 그리 자연스럽게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봄은 오랜만의 진짜 봄 같다. 춘래불불사춘(春來不不似春). 봄은 오고 봄은 더 이상 봄 같지 않은 봄이 아니다. 봄날을 마음껏 품으며 우리는 서로에게 물어본다. 이런 봄이 어떻게 해서 이 땅에 도착하게 됐는지. 어떤 사람들이 이 봄을 다시 봄 같이 만들어 냈는지. 왜 봄은 결국 봄일 수밖에 없는지.
이 봄날 '금주악단'도 다시 돌아왔다. '금주악단'의 열세 번째 싱글 [13호]는 황홀한 봄날이라는 결과물을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13호]의 노래들은 봄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과 봄을 봄이게 하는 사랑들과 봄을 움트게 하는 물음들이다. 봄 같은 봄이 계속되게 하려면 어쩌면 좋을지를 생각해보는 생각들의 노래들이다.
1. 이토록
그 사람의 얼굴과 미소를 보는 순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의 맨 손과 맨 발과 함께하는 걸음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 노래는 금주악단의 것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만들어준 것이기도 하다. 소박하게 반복되는 기타와 나지막이 읊조리는 음성은 따사로운 봄날 우주의 밀밭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한 사람의 걸음 그 자체다. 그 사람, 고 백남기 님의 명복을 빕니다.
2. 질문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 일일 것이다. 어느 밤에 문득 이런 질문이 생각났다. 왜, 어떻게, 무엇이 그것일까. 가뿐한 듯 묵직한 듯 이 노래는 묻고 또 묻는다. 대체 왜, 어떻게, 무엇이 봄일까.
봄이 온다. 봄의 감탄이 오고 있다. 봄 같은 사람들은 갔지만 그들이 뿌려놓은 지난봄의 사랑들이 여기저기서 다시 움트고 있다. 우리는 이 '움틈의 황홀'을 이 봄 내내 함께 만끽할 것이다. 다음 봄과 그 다음 봄들을 이제는 우리 손으로 움 틔우기 위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