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STAGE. 꿈을 노래하는 청거북의 아이들
고대 인도인들은 우리가 사는 지구를 거북이 등껍질이라 생각했다 한다. 거대한 거북이가 우주를 유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루터틀랜드'란 이름은 그 상상에서 착안했다. 푸른 등껍질, 푸른 행성, 지구. '블루터틀랜드'는 지구 위의 사랑과 평화를 노래한다. '플라워 파워(Flower Power)'라는 슬로건과 함께 1960년대의 히피 정신과 사이키델릭 음악, '플라워 무브먼트'라 부르던 음악과 삶을 재현하려 한다. 각박한 '현실'에서 '꿈'을 노래하는 청거북의 아이들, '블루터틀랜드'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으라 했다. '스콧 맥켄지'의 노래 "San Francisco"다. '플라워 무브먼트'란 말처럼 1960년대에 벌어졌던 일련의 문화운동에서 꽃은 빠지지 않는다. 거꾸로 말하면 꽃은 사랑, 평화, 반전 운동, 사이키델릭 음악 등 모든 현상을 상징한다. 블루터틀랜드를 처음 봤을 때 그 상징과 같은 꽃들의 세례를 받았다. 보컬의 머리는 자유롭게 뻗어있었고 꽃무늬 셔츠도 잊지 않았다. 외형적인 이미지부터 들려주는 음악까지 블루터틀랜드는 '60년대에서 현재로 거슬러 온 것 같았다.
블루터틀랜드는 '60년대의 지미 헨드릭스와 크림 같은 위대한 음악가들의 음악을 좇는다. 이들이 들려주는 메시지가 사랑과 평화라는 건 그래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얼마 전 발표한 이들의 첫 앨범 [꿈과 현실 그 사이에서]는 이런 특징이 모두 담겨 있다. 두 장의 디스크를 각각 '현실'과 '꿈'으로 나눈 이 더블 앨범은 욕심만큼이나 블루터틀랜드의 재능과 가능성을 담고 있다. 꿈과 현실을 무 자르듯 나누지 않고 경계를 허물고 사이를 오가려는 의도처럼 앨범 전체적으로 몽롱하고 환각적인 사운드가 넘실댄다.
넘실대는 사운드의 근간에는 리더 안재홍의 키보드기타가 있다. 블루터틀랜드를 처음 볼 때 어쩌면 음악보다 더 먼저 들어오는 건 안재홍이 들고 있는 키보드기타일 것이다. 지미 헨드릭스나 에릭 클랩튼의 일렉트릭 기타가 있어야 할 자리에 키보드기타가 있다. 안재홍은 건반을 누르며 온갖 몽환적인 사운드를 연출한다. 무대 위에서도 카메라 안에서도 키보드기타는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안재영(베이스)과 김찬호(드럼)의 리듬은 안재홍이 맘껏 소리의 파고를 연출할 수 있게 탄탄히 뒷받침한다.
샌프란시스코는 아니지만 논산에 있는 한민대학교에서 꽃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늘 어두운 무대에서만 봐온 '블루터틀랜드'는 밝은 햇살 아래서도 잘 어울린다. '60년대 꽃과 음악이 넘치던 날들이 이랬을 것이다. 녹색의 나뭇잎, 알록달록 원색의 장식물들,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아래서 복고적인 옷을 입고 복고적인 음악을 하는 세 명의 청년이 있다. 원곡보다 많게는 2배 이상 러닝타임을 늘려 '60년대의 거인들이 그랬듯이 즉흥연주를 쏟아낸다. 또 그때의 거인들이 그랬듯 디스크에 담긴 음원보다 더 에너지 넘치고 매력적인 라이브를 들려준다. 눈과 귀가 즐겁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