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회사, 지방 소도시, 손님이 한 명밖에 없는 카페,
고요한 호수, 흑백 영화의 한 장면, 아픈 사람의 신음으로 가득 찬 병원
희뿌연 안개 같은 삶의 시기를 그린 감상용 일렉트로닉 음악
동찬(Dongchan)의 [안개(FOG)]는 2014년 두 장의 EP 발매 후 뿌연 안개 같았던 4년 간의 삶의 시기를 담은 앨범이다. 동찬(Dongchan)은 커널스트립(Kernelstrip)이라는 이름으로 2014년 [Walking Through The Galaxy], [Dazzling] 두 장의 EP를 발매한 일렉트로닉 음악가다. 이후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와 함께 일하며 2015년 [3 Little Wacks]에 '고양이'라는 곡으로 참여하고, 네이버 온스테이지 촬영, EBS 스페이스 공감 출연 등으로 얼굴을 알렸다.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다운템포 비트 그리고 그와 겨루듯 파열되는 사운드는 감상자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겪게 했다. 커널스트립으로 활동하는 동안 동찬은 몇 차례의 직장 생활과 스트레스로 인한 수술, 장기입원, 경산으로 이사와 같은 일을 겪는다. 이는 그의 인생에 큰 흔적을 남겼다. [안개(FOG)는 바로 이런 그의 안개 같았던 삶의 시기를 담은 50분이 조금 넘는 10곡의 콘셉트 앨범이다. 커널스트립이라는 이름 대신 자신의 본명인 동찬을 쓴 것도 자신의 감정을 또렷하게 드러내기 위함이다. 량오, OYO, Theoria, Lisa Yihwan Lim, Piano Shoegazer 등이 참여했으며 킴 케이트(Kim Kate)가 마스터링했다. 이후 황예지 작가의 사진과 김은하 디자이너(Nice Press)의 디자인으로 포토 앨범이 발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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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쓰던 프로젝트 이름인 커널스트립(Kernelstrip) 대신 본명을 쓰자 제안했다.
우리는 내성적이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개인적인 만남도 잘 없다. 거리를 두는 게 익숙하다. 오랜만에 만난 것도 함께 완성된 음반을 모니터하기 위해서였다. 그를 보내고 혼자 남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음반을 들었다. 3D 오픈월드 게임하듯 ‘동찬(Dongchan)’이라는 사람이 4년 동안 만들어온 안개 자욱한 세계를 50분 가량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 그가 고민하며 보냈을 어두운 밤과 감정을 떠올렸다. 아, 그렇구나. 그때 이 사람은 이런 풍경을 보고 있었구나. 이런 감정을 겪고 이렇게 표현하고 싶어 했구나. 메시지를 보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커널스트립 대신 본명을 쓰는 게 어떨까요? 개인적인 이야기가 중요한 앨범이라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안개(FOG)]엔 동찬(Dongchan)이 바라본 풍경과 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회사, 지방 소도시, 손님이 한 명밖에 없는 카페, 고요한 호수, 흑백 영화의 한 장면, 아픈 사람의 신음으로 가득 찬 병원. 이를 소리로 담아내기 위해 그는 갑자기 맞은 소나기 소리를 놓치지 않고 녹음했다. 병으로 고통스러워 마구 연주하고 다른 연주자와 즉흥 연주를 하며 합을 맞추기도 했다. 때론 차분하게 악보를 그렸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인생 한 때를 가감없이 기록했다. 완성된 곡은 대부분 연주곡이다. 종종 등장하는 낯선 소리는 자신의 존재감을 선명히 드러낸다. 길이는 2분부터 9분까지 제각각. 누군가에게는 어렵거나 불편하게 들릴 수 있을지 모른다. 주위의 소음을 걷어 내고 자신의 내면을 고요히 바라보는 것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그가 겪은 인생의 시기는 우리가 겪은 또는 겪게 될 인생의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디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안개처럼 앞을 볼 수 없던 시기에 귀 기울여 주길. 들을수록 동찬(Dongchan)이 바라본 풍경 겪은 감정 그 안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하박국HAVAQQUQ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