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뱀장어 싱글 트릴로지 [Love, Sunset and Yacht] #1 PUDDING
푸딩을 먹을 용기
푸딩은 맛도 좋지만 보기에도 참 좋습니다. 부드러운 빛깔을 반짝반짝 빛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마저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지요. 이 예쁜 디저트는 선뜻 먹기엔 어딘가 아쉽고, 집으로 데려가기엔 너무 부드러워서 어쩐지 이 푸딩을 망칠 것만 같습니다.
소중한 사람이 생기고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건 조금은 두려운 일입니다. 다정한 하루를 보내고 연인과 헤어지는 골목길, 저녁노을에 물든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그 순간에도 두려움은 입안의 쓴맛처럼 불현듯 찾아오지요.
‘푸딩-’ 하고 소리 내 말해봅니다. 입안에 달콤한 공기가 맴돌다가 쓸쓸한 울림이 가슴에 남습니다. 우리가 함께 지우지 못할 얼룩은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게 꼭 그런가요. 쑥스러워서, 자신이 못나고 부족해서, 다가올 미래가 두려워서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을 도로 목구멍 안에 집어넣습니다.
작은 마음을 모아서 ‘푸딩-’이라고 먼저 말하고 ‘사랑해-’라고 이어서 말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 사랑을 소리 내어 얘기하는 것. ‘PUDDING’은 그런 용기에 관한 노래라고 기억해주시면 좋겠네요.
전기뱀장어 드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