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디디고 서 있던 땅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연대가 끊어진 뒤에
불안이 각자의 집집마다 끼쳐와
지붕 위를 까맣게 덮는 것도 보았습니다.
올해는 그런 한 해였습니다.
아우성이 도처에 넘치는데
누진 안개가 자욱한 길 위에는
뛰어노는 아이들도 없고 의심만 있었습니다.
모두 숨어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엎드리는 것을 보고 나도 엎드렸는데
한번 이마를 땅에 맞대니 쉽게 일으킬 수 없었습니다.
잠시 고개를 들 때마다 금세 공포가
득달같이 달려와 머리를 짓눌렀습니다.
무력했기에
나는 엎어진 채로 노래의 이유와
노래의 정의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습니다.
이토록 불안한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며 노래하는가
지금의 나는 어떤 노래를 해야 하는가
당신을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
그래도 땅을 밀고 몸을 일으켜서
두려움을 이기거나
아니면 어깨에 이고서라도
떨치며 헤치며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각자의 악몽이 현실을 침범하는 와중에도
우리는 비로소 몇 가지 자각을 했습니다.
어둠 속의 별빛처럼 명징하게,
내게는 그 순간들이 노래로 쓰여 졌습니다.
이것은 스스로 서겠다는 자각이고 결심이며
어떤 괴로움 속에 있다 해도 반드시 ‘살아있겠다’는 약속이며
시위와, 분노와, 몸서리 처지는 기후변화에 대한 목격
더 침잠해서는 우리 시대의 현재에 대한
당신과 나의 공통의 기록이 될 것입니다.
나는 올 한 해의 명과 암을 기억하기 위해서
이 작업을 둘로 찢어 나누었고 이것은 그 첫 번째입니다.
깊은 밤에만 나와 걸으며 달의 일주 아래 쓰여 졌기에
마땅히 월령月齡 이라 이름 지은 이 기록을 당신에게 전합니다.
노래들이 날아가서 당신에게 깃든 뒤에
만월처럼 차올라 신월처럼 맺어지기를,
이제 나의 어둠은 내가 밝히겠다고
소리 내 말할 수 있을 만큼
우리가 더 강해지기를.
2020. 11. 심규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