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STAGE 몰입의 세계
낯선 카세트테이프 하나가 눈에 보인다. 산보다도 더 큰, 야수 같은 거인이 산 사이를 걷고 있다. 다섯 곡이 담긴 음반 제목은 [곡소리], 노래 제목은 "각혈", "벽사무", "곤마", "수귀", "분진". 카세트테이프라는 재생 매체부터 앨범과 곡 제목 모두 낯설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그 낯섦은 곧 새로움이 되어 듣는 이를 매료시킨다. 이렇게 2016년부터 '팎'이라는 이름이 들려왔다. '팎'. 영어로는 PAKK이라 쓴다. 국어사전에도, 영어사전에도 없는 낱말 같지만 안팎을 말할 때의 팎이라고 한다. 무언가를 밖으로 분출한다는 느낌이 들어 이름을 팎이라 지었다. '팎'의 음악은 이름 그대로다. '팎'의 음악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담겨 있고, 그대로 분출된다. 그 분출의 현장에 온스테이지 카메라가 있었다.
이들의 보도자료를 빌어 건조하게 팎을 소개하자면 '팎(PAKK)'은 '김대인'(보컬, 기타), '박현석'(베이스), '김태호'(드럼)으로 구성된 3인조 록 밴드이다. 2014년 '아폴로 18'의 베이시스트 '김대인'은 '해파리소년' 3집을 위해 프로젝트 밴드를 구상하고 이듬해 3인조로 활동을 시작했다. 설명에서 보듯 '김대인'은 이미 인디 신(scene)에서 유명한 음악가이다. '해파리소년'과 '아폴로 18' 활동을 하며 신뢰를 쌓아온 그가 새로운 마음으로 결성한 밴드가 '팎'이다. 구성원이 달라지면서 '해파리소년'과도, '아폴로 18'과도 또 다른 음악이 만들어졌다. '팎'의 음악은 3인조로 만들 수 있는 극한의 음악처럼 다가온다. 여기에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내며 다른 팀과 차별화를 한다. 올해 발표한 새 앨범의 제목은 [살풀이]다. 앨범 커버는 신윤복의 쌍검대무(雙劍對舞)에서 빌려왔다. 노래 제목 역시 첫 곡과 마지막 곡인 "연적"과 "여적"을 빼고는 모두 "곤 (困)", "살 (煞)", "협 (協)" 같은 한 글자 제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히 특이함만으로 얘기할 순 없다. 이 모든 것이 팎의 정체성이다. 이들은 이른바 한국적이라는 말하는 요소들로 자신들을 표현하고 드러내려 한다.
이런 정서적인 부분이 더해져 음악이 주는 인상 역시 더없이 강렬하다. 밖으로 분출시키려는 그 감정, 그 느낌이 라이브에서 더 빛을 발한다. '팎'의 곡 제목들은 이들이 연주할 때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오른 이미지를 언어로 붙인 것이다. 훌륭한 음악은 늘 그만큼 훌륭한 이미지를 동반하곤 한다. 굳이 이들의 제목과 가사를 이해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세 명의 멤버가 연출하는 굉장한 에너지와 각자의 머리와 가슴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공연 때마다 첫 곡으로 연주하는 "곤 (困)"부터 "살 (煞)", "재 (再)"까지 온스테이지 영상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몰(沒)과 입(入)이란 낱말이 떠오른다. 이들의 음악에 빠져들고, 가라앉고, 들어간다. 자연스럽게 몰입(沒入)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