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준수(THEJOONSOO) [2018 SPRING]
계절 지나 우리
같은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다. 바람의 온도가 변하고, 계절이 바뀌고, 함께한 시절이 문득 각자만의 다른 시간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쯤, 계절의 변화가 그렇듯 음악도 사랑도 의도대로 되는 일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행’을 마지막으로 밴드 ‘바람을 가르고’의 여정이 끝났다. 그리고 3년. 밴드에서 개인 The Joonsoo가 되어 있었고, 지나온 시절의 음악들은 어느새 사계절 연작으로 꾸려져 있었다.
그렇다고 음악이나 장르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그의 시도는 장르의 변화, 실험이 아니라 해 오던 음악, 그 장르 안에 서 짚고 넘어가야 할 요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짚고 넘어가겠다는 듯 익숙하고 필요한 형식을 집결해 놓는 것이었다. 그의 멜로디 안에는 발라드 장르의 전형적인 요소들이 촘촘하게 엮여 있고, 노랫말 안에는 봄을 표상하는 이미지들 뒤로 지나온 추위, 닥쳐올 더위가 넌지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수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치지만, 신파만은 결단코 밀어내겠다는 듯 차분히 감정을 가다듬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한다.
계절과 사랑의 변화. 그가 음악으로 쌓아온 시절 때문일까, 음반을 발표하지 않고 숨죽였던 시절 때문일까? 지난 계절이 다가올 계절을 품고 있듯, 그는 지금 우리에게 닥친 온도, 습도, 바람, 그 안의 감정과 기억들을 빠짐없이 떠올리게 하고 보듬고, 또 어디론가 흘러가게 내버려 둔다. 계절이 있었고, 한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부재뿐인 현실에 머물고 있지만, 사랑했었고, 준비 없이, 어이없이 마주칠지도 모를 기대와 바람을 간직하고 있다. 계절의 틈에 서서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을 한꺼번에 품어 안겠다는 듯, 모든 순간을 또렷하게 살아 숨 쉬겠다는 듯, 슬픔에도 기쁨에도 빠지지 않고, 떠올리고, 느끼고, 노래한다.
그의 음악 안에는 우리가 발라드에서 상상하고 기대하는 모든 것이 있다. 이전 시절부터 이어오던 장르의 음악을 시절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세련되고 품위 있게 지금 시절의 음악으로 구현해 내는 게 가장 어렵다. 지금 그 음악을 듣고 있다.
매거진 브릭스 편집장 이주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