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간을 함께하는 밴드, 2020 [월간 톰톰] 11월호 - 하얀 숲
감수성이 지금보단 풍부했던 20대 초반의 일입니다. 딱 요맘때였는지, 아니면 지금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날이었는진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만, 어쨌건 겨울이었습니다. 길을 걷다 잎이 모두 떨어지고 하얗게 색이 바랜 앙상한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겨울이 오면 꽃이 시들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슬펐는지, 제게는 줄지어 서 있는 그 하얀 나무들이 마치 죽은 사람의 백골(白骨)처럼 보였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사람도 결국 죽고 나면 그 형체는 썩어버리고 땅에 묻혀 하얀 뼈만 남습니다. 아름다웠던 것은 기억으로만 남습니다. 풍성했던 나뭇잎도 겨울을 못 이겨 모두 떨어지고 나면 앙상한 가지만 남아 거리를 쓸쓸하게 만들고, 여름의 풍경은 우리의 기억 속에만 남습니다.
사라지는 것을 생각하면 슬퍼집니다.
하지만, 하얗게 색이 바랜 나무도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다시 되살아납니다. 좋았던 순간은 언제고 다시 찾아옵니다. 시간이 빼앗아간 순간들에 슬퍼하지만, 결국 시간은 다시 또 다른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조금은 우울했던 2020년에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얗게 빛나는 백골의 숲에서, 초라한 이 한해를 가볍게 떠나보낼 수 있길 바랍니다.
‘라이너 노트’
직관적인 가사를 쓰고 싶었지만 저에겐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글 : 한상태
*월간 톰톰은 “당신의 시간을 함께하는 밴드”라는 모토 아래 2017년 4월부터 시작된 톰톰의 월간 프로젝트입니다. 이번 곡은 31번째 곡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