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날카롭게 귀를 찌르는 소리와 함께 병실에 작은 모니터 화면에는 가는 실선 하나만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고는 참을 수 없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되리란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참 여러 날 동안이나 마음의 준비도 해왔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아무 소용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허무하고 무력하게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했다.
내 엄마의 엄마였고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시간을 함께했던 할머니는 그렇게 말없이 떠났다. 조금씩 기억을 잃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때도, 편치 않은 몸을 움직이려는 걸 말리는 나를 앞에 두고도 나를 찾던 모습이 왜 이리도 선명한지. 마치 어제 일 같아 그날 이후의 모든 시간이 조금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처음엔 허무하고 무력했던 이별을 원망했고 대가 없는 사랑 속에 모진 내 모습을 원망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갚을 수 없는 시간을 살고 있는 나를 원망했다. 그렇게 길을 잃은 원망만이 공허한 마음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그렇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돌아가고 싶다. 원망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