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 내 가장 어두운 시간. 그러나 마침내 피어날 새 아침과 맞닿아 있는 시간.]
젊음은 그런 새벽을 많이 닮았습니다. 많은 것을 빼앗고도 다시 일으키는 그 시간을 외면할 수 없기에 미워하고 또 사랑했습니다. 나의 새벽을 채워준, 동시에 우리의 젊음을 이루는 이야기와 노래들입니다. 다소 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마침내 뒤척이는 새벽과 어지러운 젊음을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것들이기를.
1. I wish
왜 우리는 이리도 쉽게 상처받을까. 나의 진정한 안녕을 빌어줄 사람이 있을까. 그들은 무얼 위해 저렇게 급히 가는 걸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참 나약했던 해였습니다.
제법 다른 새해가 되길 바라요.
2. 안녕을 말하기에
이미 읽기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덮지 못하던 책들과 무던히 가꾸었으나 끝내 바래진 선인장을 기억합니다. 이런 밤에는 고작 촛불 하나에 온 방이 흔들립니다.
흐릿하기만 하던 우리. 우리는 끝내 바스러지더라도 좋을 것들만을 사랑해왔습니다. 다만 서로에게 온전히 읽히기를 바랐던 것이니, 모두 우리의 잘못은 아니겠지요.
켜켜이 쌓인 촛농을 공연히 긁어도 이제 와 말끔히 지워낼 수는 없기에, 우리는 이제 끝나기 전에 끝내는 방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초가 타들어 갑니다. 불빛이 사그라드네요.
안녕을 말하기에 좋은 밤입니다.
3. 소년
벌을 받듯 아픈 이야기들을 쓰곤 합니다.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다른 방법을 나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아름다운 세계들은 얼마나 무너지기 쉽던지요. 그 어떤 옅은 얼룩에라도 하얀색은 나약합니다. 한순간 나를 덮어버릴 그것이 어떤 색도 될 수 있음으로, 나는 아주 작은 자욱에도 몸서리칠 수밖에요.
우리들은 또 어땠습니까. 나는 당신을 떠났지만 당신도 나를 떠나갔으니, 우리는 한없이 어렸지는 않았습니까. 마침내 달빛 한 줌 없는 새벽을 보내고서야 아침은 밝아올 텐데, 우리는 창밖의 무얼 기대하나요.
다만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너무 슬프지만은 않은 눈을 가진 그럴듯한 어른이. 나는, 그리고 당신은 오늘 무엇이 되었습니까.
4. 아네모네
아픔을 담고서야 피어나고 시들어가는, 그런 꽃들이 있습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색들에, 꼭 그런 이름이라도 붙여주어야 살아갈 수 있었던 사람들이 참 많았던가 봅니다.
우리의 이별엔 이 세상 모든 색의 꽃말만큼의 어여쁨이 있었노라고, 그대는 나를 그리워한다고, 우리는 참으로 아름다웠다고. 그러니 피어나는 꽃들을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이 어쩌면 꼭 슬픈 일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는, 그럼에도 나에겐 조금 잔인하더군요.
안녕, 당신은 아마 잘 지내시겠지요. 나는 오늘 우연히 꽃을 한 송이 보고 말았습니다.
5. 빙글빙글
아빠, 막내아들입니다. 여긴 벌써 11월이에요. 제가 벌써 27살인 것만큼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음악을 만드는 일을 하는 건 알고 계시려나요. 음악을 그리도 좋아하셨으니 부디 알고 계시기를, 그리고 아이처럼 기뻐해 주시길 바라요.
세월이 지날수록 제 앞에 던져지는 질문이 참 많아요. 저는 아직 그 모든 물음에 이렇다 할 답을 내기엔 어린 것 같습니다.
더 자라야 한다는 걸 느낄 때마다 참 보고 싶어요. 그럼에도 제 가슴엔 어떠한 원망도, 미움도 남지 않았음을 꼭 느끼셨으면 해요. 아마 엄마도, 누나들도 다 저랑 똑같은 생각일 거예요.
지켜보고 계시다는 생각으로 살아내고 있으니, 꼭 저의 하루하루를 지켜봐 주세요. 저의 젊음을 담아낸 제 노래들에 귀 기울여 주세요.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면 꼭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부디 또 아프지 말고 잘 지내고 계세요.
어느 세상에서나 당신을 사랑합니다.
의미를 잃은 채 빙글빙글 제자리만 돌던 날, 유난히 버거웠던 하루.
유난히 보고 싶던 사람에게.
6. Windmill
다시 언덕 위, 겨우 잠에 들었나 보다. 여전히 바람이 시리고, 검은 하늘. 같은 꿈을 몇 번이고 꾸다 보면 우리는 의미를 찾게 된다.
나는 어째서 몸 숨길 곳 하나 없는 언덕의 추위를 숱한 밤 간에 견뎌야 하는가. 바람, 끝이 없는 바람이 매섭게 차다. 오늘을 많이 닮은 꿈, 오늘과 꼭 같을 내일.
나는 다만 이 바람을 멈추고 싶다. 영영 멈추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내 쪽일지, 나쁘진 않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없는 언덕엔 더 이상 아픔이 없을 테니.
춥다. 아예 무너진다 한들, 나는 조금은 따듯해질까.
7. 동굴
마음속 가지런한 실망입니다.
눈동자 색이 바뀌는 게 두렵습니다.
잿빛 혹은 암흑과 친해지려 합니다.
왜냐면 그런 색은 너무 무서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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