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코비 - EP “Love is why we are here”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성우 그리고 광고음악 작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쟈코비가
오랜 공백을 깨고 솔로 EP 앨범을 발표한다.
아이돌 씬에서 왕성한 활동 중인 프로듀서 웅킴, 주목받는 신예 작사가 림고,
그리고 쟈코비가 함께 만들어낸 “love is why we are here”이라는
제목의 이번 앨범에서는 트렌디한 무드의 트랙들과 사랑의 이유가 되는 가사들 그리고 쟈코비의 목소리를 솔직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 작업했다.
[LOVE-FI]
“너와 주파수를 맞추고 싶어.” 사랑은 타이밍인 것처럼 상대에게 강하게 끌리는 순간 바로 다가가고 싶은 사랑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
앨범에서 가장 그루비한 곡이다. 다른 트랙들과 다르게 남자 냄새 폴폴 풍기는 재미있는 시도들이 돋보이는 트랙이며 가사와 편곡 면에서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녹여냈다.
[한강]
누군가에게 서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바로 한강이다.
한강을 따라 연인의 이야기들이 흐르듯 어느덧 한 곡이 끝날 즈음 리스너들에게도 풋풋한 여운이 남는다.
노을이 지는 한강에 앉아 서울의 야경을 기다리며 막 사랑을 시작하는 썸남썸녀가 듣기 좋은 곡.
[FLASH LIGHT]
모든 걸 덮어두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겐 지난 여행의 기억들을 끄집어낼 수밖에. 그 기억은 따뜻한 불빛처럼 현재의 외로움을 덮어주는 또 다른 사랑.
캘리포니아 여행 중 많은 영감을 받은 “조슈아 트리”에 대한 추억으로 탄생한 곡이다. 선인장이 빽빽하게 늘어선 끝없이 펼쳐진 도로를 달리는 그날의 기억이 오롯이 담긴,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다.
[SHOWER]
이른 아침잠에서 깨어나 샤워를 할 때 떠오르는 감정들을 표현한 곡이다. 샤워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따뜻한 물줄기, 달달한 샴푸 냄새, 욕실을 가득 채우는 수증기는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연상케 한다.
노래를 듣다 보면 바쁜 아침에도 조금 더 오래 샤워를 즐기고 싶어 질지도.
블랙뮤직에 기반을 둔 대중음악의 범위는 생각보다 무척 넓다.
지금 소개할 쟈코비(Jacoby)는 레스피애비뉴와 쟈코비플래닛, 그리고 몇 장의 솔로작을 거치며 블랙뮤직으로 규정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스타일의 음악을 10년 이상 꾸준히 탐구한 아티스트이다. 쟈코비의 신보 『Love Is Why We Are』를 보다 즐겁게 들으려면, 그의 이력을 되살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한 아티스트가 유지하고 있는 고갱이와 외면적인 변화를 섬세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Jacoby's Coming」(2010) 에서 강렬한 록비트 위에 거친 랩을 쏟아 붓기도 하고, 솔로작 「Beautiful」(2015)에서는 거친 톤의 팝 보컬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직전 활동이었던 쟈코비플래닛에서는 알앤비 기반의 밴드 음악에 천착했다.
당시 국내에서 밴드 기반의 흑인음악을 들려주는 팀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즐겨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도 활동 중인 프롬올투휴먼, 디쉬크림슨과 같은 흑인음악 기반의 밴드 보다 앞선 것이었다.
『Love Is Why We Are』에서 크게 변화한 부분은 아무래도 쟈코비의 전작들에 비해 팝에 보다 명확히 접근한 편곡과 보컬이 도드라지는 음악으로 구성한 것이다.
카더가든이나 혁오를 연상케 하는 그의 두터우면서도 거친 목소리는 전작 중에서도 「Beautiful」같이 보컬을 구사한 곡에서 확실히 재능이 빛을 발한다고 느낀 적이 있다. 아마도, 청하의 「Why Don't You Know」(2017), 유키카의 「Neon」(2019) 등 아이돌팝 계통으로 활동한 작곡가 웅킴의 참여는 쟈코비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설정하는 배경이 되었을 것이라 예상해본다.
이는 결과적으로 쟈코비의 음색을 하나의 멋들어진 악기로 활용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앨범을 여는 「Love-Fi」에서의 날카롭게 찌르는 비트와 효과음 위에서나, 전통적인 알앤비 스타일의 비트로 이루어진 「Shower」에서는 그의 전작들과 비슷하게 싱잉랩과 보컬을 적절히 안배하여 그의 과거 음악을 알고 있는 팬들에 대해 배려하는 인상을 준다. 흥미로운 것은 2번과 3번 트랙이다. 타이틀곡인 「한강」 의 후주에서 비트와 신스 사이를 헤집고 들어오는 쟈코비의 보컬은 마치 악기처럼 어우러져, 자켓 이미지처럼 몸은 가만히 있으되 마음이 격동하는 운치를 선사한다. 또한, 요즘 유행하는 시티팝의 작법을 일부 차용한 「Flash Light」의 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묘사하는 듯한 촘촘한 비트와 귓가를 스치는 시원한 공기와 같은 신스 사이를 부드럽게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아티스트에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인장(印章)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은 것일텐데, 새로움에 대한 실험과 장점에 대한 탐구를 4곡 안에 깔끔히 압축해서 담아내는 좋은 솜씨까지 갖춘 아티스트임을 내비치는데 성공했다. 이제, 쟈코비가 만들어낼 부드러움과 거침이 공존하는 팝이 가득 담긴 정규작을 발표할 때까지, 청자 여러분들은 이번 음반을 함께 듣고 되새기며 기다리기로 하자.
(음악취향Y 안상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