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로 만든 주스와 우주로 만든 비스킷, 먹어볼래요?
DTSQ 정규 2집 [Moon Juice and Space Biscuits] 발매
항상 이렇다. DTSQ의 음악이란. 분명히 뜬금없는 소리인 것 같은데 기분을 무척 들뜨게 한다.
2017년의 마지막 날, 첫 번째 풀렝스(Full-length) 앨범 [Neon-Coloured Milky Way]를 발표하고 지난 2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귀신처럼 출몰하며 숨 가쁜 행보를 보였던 DTSQ. 이번에도 ‘형광색의 은하수’만큼 뜬금없으면서 황홀한 조합의 타이틀을 건 2집 [Moon Juice and Space Biscuits]으로 돌아왔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입에 침을 고이게 만드는 건 비단 앨범의 제목뿐만이 아니다. 상상과 실험과 자유와 감각이란 날개를 달고 역사상 가장 풍요로웠던 70년대의 록/팝 레코드에 영향을 받아, 홍채를 부풀게 할 만큼 사이키델릭하고 테크니컬러 풍의 명랑만화처럼 친근하고 기분 좋은 음반을 완성했다.
DTSQ는 이번 앨범에서도 현실을 옥죄는 공간과 시간과 사회로부터의 탈출을 탐한다. 이들의 노래를 두고 혹자는 펑크라고 하고, 혹자는 개러지라고 하며, 또 혹자는 그냥 얼터너티브라고 하지만 이번 2집 앨범을 관통하는 음악적 질감은 비터스위트 사이키델릭 팝(Bittersweet Psychedelic Pop)이다. 상쾌한 기타 리프와 단순한 비트가 깔린 천진난만한 반주 위에 ‘난 정신이 나갔을 때 말이 좀 많아져’라고 고백하는 첫 번째 트랙 [I’m Chatty When I’m a Mess]만 보더라도, 문제 제기도 아니고 포기도 아닌 담담한 고백들이 소용돌이 같은 신스 사운드와 따뜻한 플루트의 교집합 안에서 달콤 씁쓸해진다. 이래저래 세운 계획이 많았지만 쓰디쓴 세상에서 하나의 획을 긋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하지만 포 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2번 트랙 [Switch Hitter]는 70년대 록과 팝을 오가는 작법으로 활기를 띤다.
노스탤직 사운드가 재치 있게 흐르는 3번 트랙 [Is There The Sun?]과 6번 트랙 [Treasure]은 70년대 영화 사운드트랙을 향한 오마주로 들린다. 군더더기를 뺀 마지막 트랙들인 [Comedy, Pt.1], [Comedy, Pt.2], 그리고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작사, 작곡 그리고 대부분의 편곡을 모두 담당하고 있는 DTSQ의 리더 김수현이 작업실에서 홀로 3시간 만에 만들어 데모 그대로 수록한 [Dr. Duck’s Wax]는 다른 시공간으로의 여행에서 돌아온 DTSQ의 에필로그이자 입가심으로 안성맞춤이다.
2013년에 데뷔하여 한국에서 몇 안 되는 DIY 그룹으로 ‘살아남아’ 온 DTSQ는 작사와 작곡은 물론이고 레코딩과 마스터링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직접 프로듀싱했는데, 음향학적으로 완벽한 사운드는 아니더라도 DTSQ가 상상하는 궁극적인 세상, 말하자면 밴드의 세계관을 100% 가깝게 표 현하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뒀다. 이 컬러풀한 세상을 풍요롭게 만든 건 리더인 김수현을 주축으로 한 사운드 메이킹과 더불어 DTSQ적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시각예술가 오혜미의 현실감 없는 음반의 아트워크와 뮤직비디오 덕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2집 음반의 하이라이트는 이미 9월과 10월에 싱글로 발표되었던 [Please Be Satisfied]와 [Fame]이다. DIY 제작을 거 쳐 아예 자체 레이블인 ‘Good Boy Records’의 이름을 걸고 던진 출사표와 같은 이 두 곡에서 좀 더 유니버설한 비전을 가지고 확고한 취향을 더 욱 탐닉하겠다는 음악가의 의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DTSQ의 음악에 ‘K’ 딱지는 불필요하고, 무채색의 거리에서 도매급으로 소비되는 세상에서 탈출해 달의 주스와 우주 비스킷의 맛을 아는 사람들을 위한, 그토록 확실한 취향의 생태계를 이루어 보겠다는 꿈을 꾼다.
(공연/축제 기획자, 이수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