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y Virtual Song
가상
수년 전, 저렴한 VR 기기를 구입했다. 가끔 간절하게 현실이라고 불리우는 데를 벗어나 실재가 아니라고 인식되는 곳에서 푹 쉬거나 신나게 놀다 오고 싶다. 꿈/현실이 무엇일까 답이 없는 이야기, 실재과 가상에서의 혼란스러움을 즐기는 게 큰 취미이다.
현실이 아닌 공간으로 모험을 떠나면서도 지금 여기에서는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꿈에서, 음악에서, 영화에서 깨어나 생활하는 삶도 모험이고 어딘가에서 도망치는 길일 수도 있는걸. 무엇이든 어차피 다 탐험이자 도피라고 받아들인다면 누가 무엇이 실재냐고 물을 때 나는 뭐라고 해야 할까?
기술에 의한 가상세계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고 오래되었다. 이제 가상은 이미 우리 삶에 녹아들어 속속들이 연관되어 있다. 가상과 현실이 통합되어 나아가 가상이 현실을 초월한다고 하는 시대에 2020년의 세계적인 전염병은 이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것 같다. 덕분에 비교적 새로워 보이는 걸 찾아 흥미로워 하며 지내고 놀면서도 무언가 뒤처지는 것 같기도 하고 오감으로 직접 감각하는 것이 그리워진다.
사실 ‘Virtual Song’은 기술이나 비대면 시대, 2020년 등과는 아무 상관없이 쓰여졌다. 그저 관계의 끝이나 부재를 돌아보다가 너무 가물가물해서였다. 점점 가물가물한 기억과 감정이 많아지겠지. 이 노래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2020년 초, 봄이 오기 전에 만들었다. 그렇지만 2020년을 지내면서 대수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내 생활은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더 가상에 머물고 있다.
뭐가 실재야? 이 노래를 통해 매번 다른 것을 만난다. 질문과 갖가지 생각이 쏟아지고 결론은 낼 생각도 없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듣고 싶고 함께 떠들고 싶을 뿐. .... ....